이진원 <전 군산중학교장>



지난 7월 14일 10시, 군산중학교 교정에서는 200여명의 당시 참전용사, 유족 및 관계내빈과 선후배 동문은 물론 어린 재학생들이 함께 어모여 본교 출신의 학도의용병 제57주기 추모제를 지냈다.
 
군산 중고등학교 총동창회(회장 박영준)는 지난 2003년부터 모교의 교정을 충경원(忠敬苑)이라 명명했으며, 경향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5만여 동문들은 틈이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

 특히 매년 7월 14일에는 97명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학도의용병 충혼탑’앞에서 추모제를 지낸다.

개교 85주년을 맞이한 군산중학교 교정에는 1950년 ‘6.25 한국전쟁에서 조국을 수호하다가 산화하신 의용학도병 충혼탑’이 서 있다.

 그 곁에는 당신의 제자들이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검은색 광목 학생복을 입은 채로 전선으로 달려 나가 버리자, 텅 빈 학교를 홀로 지키시다가 공산폭도들에게 학살 당하셨던 박종재 교장선생님의 영모비(永慕碑)도 있다.

박종재 교장선생님의 영모비는 수복이 되자, 제자들이 성금을 모아 쌓아올렸다.

전국 최다의 학도병 전사자를 낸 군산중고등학교 동창회원들은 학우이자 선배인 영혼들의 넋이라도 달랠 충혼탑을 세우는데 5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 동안 꾸준히 성금을 모아 2003년에야 비로소 당신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뛰놀았던 교정에 충혼탑을 세웠다.

그리고 이곳을 충경원이라 부르기로 한 것이다. 나라에 충성하고 스승을 모시는 정신을 잊지 말자는 다짐의 징표인 것이다. 

7월 14일을 추모의 날로 정한 것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57년 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산시가 공산군에 점령당하기 직전인 1950년 7월 13일 10시, 이들 학도의용병들은 임시열차로 군산역을 떠났다.

 이들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포항, 낙동강 전투 등, 전국의 이름 모를 산하에서 적과 싸우다가 산화하였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 불귀의 객이 되었던 것이다.

 총동창회에서는 그들이 떠나셨던 익일인 14일을 기일로 정하고 해마다 이날 추모제를 지내온 것이다. 

이날의 추모식은 다양한 내용으로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먼저 박영준 추모제전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조국의 국력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 세계11대 강국으로 성장하고 발전되어 우리가 행복한 세대에 살 수 있게 되었음은 오로지 선배님들의 살신성인의 덕”이라고 영령들을 위로했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불타오르는 정의감과 조국수호의 사명감으로 장렬하게 산화하신 영렬들의 혼을 모신 이곳 충경원이 앞으로도 후손들이 본받을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서 같이 출전했다가 살아 돌아온 이보균 참전자 대표는 추도사에서“나 혼자 살아남아 왔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그 동안의 삶이었다. 그러나 당신들의 호국정신을 어린 후배들이리라도 오늘 이 자리에 나와서 같이 슬퍼해주니 다소 위안이 된다.”고 자조하였다.

하늘같은 형님을 졸지에 잃어버렸던 송영만 수필가는 57년 전 군산역두에서 형님을 임시열차로 떠나보냈던 기억을 더듬으며 충혼탑 앞에서 목 놓아 형을 불러댐으로써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특히 이날 재학생 어린 후배들이 조국을 구하려다가 가신 선배님들을 기리는 추모의 글을 발표하였는데 총동창회 측에서는 우수작 출품학생들에게 도서상품권을 두둑하게 안겨 주는 동문애를 베풀기도 했다.

의식을 마친 후에는 선후배 동문들이 성의껏 마련해온 음식을 충경원에서 나누며 옛 추억담과 참전 전공 담들을 끝없이 나누었다. 화합과 우의가 넘쳐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