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요즈음 곤욕을 치루고 있다. 2008학년도에 시행될 대학 입시제도 문제로 교육부와 일부 대학 사이에 일촉즉발의 충돌이 일어날 듯하다가 막판에 겨우 합의점을 찾아 가는 모습을 보며 ‘ㅎ’ 신문 시사만화가 ‘부촌에서 용 난다’고 비꼬았다.

 오늘날 교육시책은 경제논리에 의한 예속이 점점 심화되어가고 있다. 더구나 신자유주의 사조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경쟁논리가 시장은 물론 교육사회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교육부와 일부 대학 사이의 힘겨루기의 핵심은 이렇다.
 
 교육부는 대학 입시 제도를 통해 공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인 반면에 대학은 자유경쟁을 통해 우수인재를 확보하여 경쟁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물론 양측 모두 우수인재의 양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교육부와 대학 사이의 힘겨루기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측면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우리 교육사회가 처한 현실상황이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 구조는 막강한 사교육 열풍에 공교육이 맥을 못 쓰는 형국이다.
 
 국민의 80퍼센트가 생계를 걸고 매달리고 있는 공교육이 날로 위축되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급기야는 빚을 내서라도 사교육을 받아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정부의 당면 과제이다.
 
 두 번째 문제는 경제 양극화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 구조이다. 국민의 20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상류계층은 이미 공교육을 포기하고 막대한 경비를 동원하여 사교육 사회에서 출세와 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중산?서민층은 이를 쫓아가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대학은 이 살벌한 무한경쟁체제의 중심에 서 있다.

 우리가 대학교육 시책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체제는 대학교육 제도에 따라 그 방향이 크게 좌우되는 매우 경직된 구조이다. 그 제도 중의 하나가 지금 온 국민의 관심 대상인 대학입시제도이다.
 
 대학에서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높게 반영하면 할수록 고등학교 교육이 강화되고, 내신 성적 대신 대학 자율적 입시를 강화하면 할수록 고등교육은 사교육 시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수능 성적을 높게 반영하면 할수록 고등교육은 강화되고 수능 성적을 무시하면 역시 고등교육은 사교육 시장으로 나가게 된다. 이는 중?고등학교 입학제도와도 직결된다.
 
 고등학교 입학제도가 경쟁시책으로 가면 중학교 교육이 사교육 시장으로 가고 중학교 입학제도가 시험제로 가면 초등학교 교육이 과외수업에 휩쓸리게 된다.

  대학의 입학제도가 국가 교육체제에 이렇게 막중한 영향을 미침을 생각할 때 대학들은 서로 우수학생 확보만을 위한 경쟁적 제도를 추구하는 입장을 국가적 국민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우수한 학생을 뽑아다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매우 상식적인 명분을 앞세워 스스로 엘리트 의식에 취해서는 안 된다. 글쓴이도 오늘날 회자되고 있는 ‘부촌에서 용난다’라는 교육풍자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입학시험에서 우수한 인재가 꼭 사회적으로 우수한 인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입학 우수자는 막대한 경비를 투자해서 사교육이 만들어 낸 일회용 인재이다. 공교육의 건전한 경쟁 구조에서 뽑아낸 인재가 성공 가능성을 지닌 참 인재이다. 대학은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공교육 정상화를 조장하고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80페센트의 중산?서민층에게 내 자식도 좋은 대학에 갈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더구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학은 그 사명이 절대적이다. 인건비의 80페센트를 국가에서 지원 받는 사립대학도 그 사명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인재 발굴 구조를 만드는데 공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