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원 전 군산중학교장>


군산의 교육이 살아야 군산 인구도 증가한다

 
  얼마전 군산미래신문에 ‘7월 군산인구 54명 감소’라는 제하에 군산시 인구가 6월에는 증가했으나 다시 감소하는 현상에 실망을 나타내는 기사를 읽었다.

6월에는 군산시 인구가 12명 증가했는데 이는 7년여 만에 처음 있는 현상이라 조심스러운 기대를 했었지만 ‘역시’였다는 취재 기자의 실망도 곁들여 있었다.

 7년 전이라면 군산의 고교 입시제가 평준화제로 다시 환원된 해와 일치된다. 

  군산시는 군산을 알리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새만금 축제를 위시한 국제박람회, 국제 자동차엑스포, 철새축제, 많은 공장 유치, 군산 경제자유구역 지정 노력 등 군산발전의 변화속도가 피부에 와닿아 시민들로 부터 찬사와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발전상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인구가 감소일로에 있으니 이는 범시민적으로 숙고해 볼 과제이다. 
    
 

자녀 고교 진학 문제로 고심하는 군산의 학부모들

우리나라 국민은 전통적으로 자식을 위한 세계 제일의 교육 지상주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서 가정 파탄까지 가져온 사례들이 많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최단 시일 내에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산의 학부모들도 자녀가 중 3이 돼 가면 대학 입시 성적이 좋은 고교를 찾아서 타 시도나 심하면 외국으로 까지 유학을 보내려한다.

 해마다 100여명 이상의 우수학생들이 군산을 빠져나간다.

이들 중에는 외국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말 할 것도 없지만 그들의 정신적 고통은 얼마나 클 것인가.

 아직도 부모의 정을 만끽해야 할 어린 학생들에게는 항상 따뜻한 부모의 격려와 위안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의 몸부림이 너무나 안쓰럽다. 또 남아있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선진 대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공허감은 얼마나 클 것인가.

 이래저래 군산의 학부모들은 자식을 키우면서도 고교 진학문제 때문에 불안이 항상 가시질 않아 틈만 나면 모여서 이에 대한 정보 교환이 주제가 된다고 한다.

 군산의 초등학교 학력수준은 전국적이고 중학교까지만 해도 결코 타 시군에 뒤지지 않는다.

 80년대에 필자가 장학진에 있을 때 전북도 주최의 각종 경시대회에서 군산학생들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특히 각종 예능경연대회에서는 군산학생들만의 잔치마당처럼 우수한 입상성적을 보였다.

 90년대 고교 입시 비 평준화시에는 초, 중, 고 공히 각종 학력 경시대회에서 군산의 자긍심을 자랑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

다행스럽게도 3년 전 외국어 고등학교가 설립되어 인문계에 소질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해마다 군산시에서 40여 명 씩 입학하게 됨으로써 그 만큼의 고통을 덜은 셈이 되었다.

내년도에 졸업생을 처음으로 배출하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좋은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 1년을 지내 보아야 비로소 자기 적성과 소질에 적합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 3 때부터 외국어 고등학교를 선택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군산의 학생들은 공부를 잘 했었다. 

정부에서는 농어촌에 소재한 고교 까지도 대학 입시를 위해 균등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3불 정책을 펴고 내신 점수위주의 입학생 모집을 장려하고 있다.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취지에서도 일리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각 대학들은 인재유치를 위해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신점수와 수능고사 외에도 수시모집인원을 늘리는데다 논술, 면접, 적성 등 갖가지 다양한 방법을 적용시키고 있다.

 대학들의 행태가 얄밉기도 하지만 그들도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니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올봄 군산시 교육당국은 ‘군산시 고교, 서울대 6명 합격’이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을 시내 요처에 걸어놓았다.

 평생을 교단에 보낸 필자로서는 시민에 대한 자조인지, 격려인지 잘 납득이 가질 않았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군산의 각 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에 입학시킨 총 인원수가 20여명이 넘은 적도 있었다.

현재의 모든 정책은 과거로부터 얻어진 정확한 실적 분석을 통해 수립돼야 실수가 적다.
 
더구나 인간의 진로를 결정하는  입시교육에서는 말 할 나위가 없다.

 지난날 군산의 교육은 찬란한 역사가 있었다.

 풍운아 인촌 김성수 선생은 소년시절 군산에서 최초로 선진문화를 접했다.

 70년대에는 이지역의 J고가 설립자이신 경암 고판남 선생의 엄청난 투자로 전북 제1의 고교로 등장하여 근동의 우수학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80년대에는 평준화 정책의 적용으로 사학들은 더 이상 투자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우수학생들은 외지로 빠져나갔다.

 90년대 시민들의 의지로 만들어낸 비평준화 제도 하에서는 이지역의 고교 교육을 불신하고 외지로 나가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당시는 현 제도보다도 중소도시 학교에 더 불리한 본고사 제를 적용한 대학입시제도인데도 좋은 실적이 나왔다.

시민의 기대와 학부모들의 뜨거운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산에 전입된 공직자나 기업의 임직원들은 오히려 자녀들을 군산의 학교로 데려왔었다. 

 군산의 중등교육에 희망은 있다

 최근에는 군산시에 소재한 각종 시민단체 장학재단 측에서 우수학생 유출방지책과 학습 분위기 고양을 위한 여러 가지 삼고초려(三顧草廬) 방안을 제시하는 등 고무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성적우수학생이 군산시의 고교로 진학하면 3년간 학비 전액은 물론 대학 진학 이후에도 장학금을 계속 지급한다거나 진학성적이 좋은 학교와 담당자에게는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군산시 교육발전진흥재단, 개항백주년 시민장학회, 각 기관이나 학교 및 동창회 장학재단 등이 그들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역이나 기관에 대해 소년시절 묻어진 애정이 있어야 그에 대한 헌신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지역사회 장래를 위해서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가는데 까지 품에 안아보겠다는 시민들의 포용과 노력에 많은 칭송을 다 드려도 모자랄 것 같다.

이제 각 단위학교에서도 시민들의 성의에 부응해 효율적인 학습방안을 강구, 실천함으로써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과별 우수학급 운영, 특기적성 교육의 충실, 효율적 기숙사 운영 등을 통해서 모든 학부모나 학생들의 욕구충족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은 물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주요 교과별 우수학급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자극하는 것이 공교육의 입장이다.

오늘날의 국가 간 경쟁 시대에 걸 맞는 당연한 조치이다.

 에디슨이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듯이 학습효과는 간단없는 탐구에 모방과 반복을 하는 자기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그런 원리에서 만들어진 유래이다.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나머지 학생들도 따르기 마련이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인 만큼 능력 없는 자는 세계의 어느 구석에서도 살아남을 수가 없다.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옛말은 오늘날에도 통용되어야 할 틀림없는 진리이다.

 이른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현 한국사회에서 평생을 책임질 수 있는 평생교육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 중등교육인 것이다. 

사학(私學)이 선두주자가 되어 주어야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볼 때 사학이 융성해야 이를 통해서 지역사회도 융성했다.
 
시인 바이런과 윈스턴 처칠을 길러낸 이튼스쿨이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사학들이 위기 때마다 나라를 구해왔다.

  최근에는 강원도 횡성군의 산골에 위치한 민족사관고등학교,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거창고교는 종사자들의 간단없는 사랑으로 명문학교가 되었다.

 이들 학교는 전교생이라야 400명 전후의 소단위학교인데도 졸업생 대부분이 국내외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필자도 90년대 시내 고교에서 진학지도에 관여한 적이 있다.

 회고하건데 거의 매일 학생들의 주변을 밤늦게까지 지루한줄 모르고 맴돌며 그들을 격려했었다.

 별 여유도 없는 분들이 후진을 위하여 장학금으로 뭉칫돈을 쾌척하는 모습들을 보고 나는 몸으로라도 때우면서 동참하고 픈 동기에서였다.

 당시에는 고통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이제는 부끄럼 없는 스승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이다. 매년의 행사처럼 되풀이하는 진학지도인데도 그때마다 시행착오는 있었다. 교육에는 노하우라는 것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교육수요자의 제반 상황에 따라 그에 대한 수월성과 형평성 교육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의 동료직원들과도 보조를 같이 하며 간단없는 평가와 계획 실천을 지속해 나가야 실수를 덜 할 수가 있다. 

 위와 같은 입장에서 생각해 보건데, 교육실천에 있어서 국공립보다는 사학이 이로운 점이 많다. 주도면밀하게 일관된 체제와 축적된 노하우를 적용하기가 그만큼 유리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종사자들 스스로 “이곳은 내 평생을 보낼 곳”이라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진다면 명문학교가 아니 될 수 없다.

 이에 비하여 국공립학교는 취약점이 너무나 많다.

 교원의 인사제도에서부터 행정적 제재가 많아서 종사자의 교육의지를 펼치기에는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

 90년대에 군산시의 각 학교가 좋은 성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J고교의 선도적인 역할이 학교간의 경쟁의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앞으로 사립고교를 재정부담 능력, 사학운영의 건전성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점차 자율형 고교로 전환시켜나갈 계획이다.

 군산에도 유력한 자율형 사립고가 속히 탄생하기를 시민과 함께 기대한다.

 국가는 지역사회의 의사를 존중해주어야 

 
 요사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유명인들의 학력위조 기사를 보면서 만시지탄의 감이 든다.

 어느 당사자가 밝힌 것처럼 행복의 지수는 학력(學歷)이 아니라 능력(能力)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4%, 우리의 사회구조상 있을 수 없는 수치다. 이웃한 선진국 일본도 50%가 채 안 된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국가인 만큼 국가와 지역사회 활발한 성장을 위해서 개인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다양성 있는 교육을 펼쳐야한다.

 적어도 각 학교 나름대로 특성을 보임으로써 교육수요자에게 적절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개인은 그의 미래를 결정하고 자기의 적성과 특기를 길러나갈 수 있다.

 그래야만 넘쳐나는 청년실업자의 수를 줄일 수가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개인이든 사회든 간에 축적된 경험을 많이 쌓으면 전도가 유망하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군산시에 펼쳐왔던 교육제도 중 시민의 관심을 크게 사고 지역사회 활성화를 기했던 제도는 ‘고교 입시 비 평준화제’였다는 사실이 30여년의 검증을 거쳐 얻어진 결론이다.

본 제도의 실시를 제언하는 바다.
 만일 본 제도의 실천이 국가 시책 상 불가한 일이라면 이에 준하는 제도를 모색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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