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재경부의 새만금 군산경제자유지역 심사위원들이 경제자유지역 지정에 따른 실사를 위해 군산을 찾았을때, 11월인데도 한겨울 날씨 처럼 몹시도 추웠다. 살을 에이는 세찬 바람이 온종일 몰아쳤다.

이들 실사단이 이날 오후 군산시 옥산면 옥산저수지에 도착하자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연도에 늘어선 수 많은 시민들은 오랜 기다림과 강추위에도 아랑곳 없이‘염원’이라고 쓴 깃발과 손을 흔들면서 실사단을 반겼다. 

 경제자유지역 배후단지로 계획된 옥산에서부터 산업단지, 비응도 등 실사코스에는 수천명의 주민들과 시청 직원들이 이들을 환영했다.
 
곳곳의 연도에 서 있던 시민들은 비록 시에서 동원은 했지만 그토록 매서운 추위에도 결코 미소를 잃지 않았으며 깃발과 손을 흔드는 모습에서도 짜증 한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땅 값이 국내에서 제일 오르지 않을 정도로 낙후된, 이 항구도시가 제발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돼 하루라도 빨리 발전했으면 하는 시민들의 한결같은 염원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민들의 열망과 함께, 심사위원들이 떠날때까지 뒷바라지한 문동신 시장의 지역발전을 위한 역동적인 의지와 모습에서, 또 종일, 위원들의 질의에 일일이 답하며 경제자유지역 지정의 당위성을 역설한 강봉균 의원의 열정에서, 우리들은 이 지역이 머지 않아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국회에서 새만금특별법이 통과된데다 앞으로 군산이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되면 군산은 아마도 개항이래, 말 그대로 상전벽해의 시대를 맞을 것이다.

 군산은 이제, 길고 긴 오랜 동안의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백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산업단지에 입주했으며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 등 국내 굴지의 기업이 이미 군산에 들어왔다.

 새만금건설사업을 비롯 군장신항만 건설, 군산과 장항을 잇는 군장대교, 연안도로, LNG발전소 건설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이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고 동양제철화학, 타타 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조 단위,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크게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처럼 대기업들이 몰려오고 대규모 건설사업이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이런 많은 사업들이 우리에게 마치 남의 일 처럼, 그림의 떡 처럼 여겨진다면 이는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지역에서 수십년 만에 대규모 사업이 펼쳐지면 당연히 군산지역의 업체들이 이들 사업에 보란듯이 참여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재경경제부 장관을 지낸 국회 강봉균 의원이 청와대와 장관시절의 인맥을 동원해 굵직굵직한 국책사업 등의 예산을 어렵게 가져와 사업을 시행하는데 정작, 시공은 서울 등 다른 지역 업체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업체들은 이들 공사에 거의  참여하지 못한 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저마다 발만 구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자본이나,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지역업체가 공사에 참여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공동도급 또는 하도급 등으로 얼마든지 일정부분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일일 것이다.

 건설부문만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 야채, 과일 등 농산물도 문제가 심각하다. FTA로 농민들이 깊은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군산지역 농민들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의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지역에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있고 산업단지에 많은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등 그 어느 지역보다 판로 여건이 양호한데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면 이처럼 불합리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군산지역의 농협을 비롯 한농(한국농업경영인협회), 원협 등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들 대형마트의 지역 쌀 판매규모는 극히 미량이고 심지어 고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진열을 해 놓는 등 지역 농산물 판매에 극히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판매를 외면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대형마트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품질을 이유로 판매를 꺼린다면 할말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판매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지역에 소중한 주요 판로가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서울 등 전국 각지로 돌아다니며 판로를 찾는다면 과다한 유통비용 등의 낭비로 농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더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과연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쩔 수 없이 자치단체와 시의회의 몫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지역언론과 사회단체들이 나서 감시하고 독려하는 주마가편의 역할을 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문동신 시장이 부임한 이후, 시와 시 의회가 기회 있을 때마다, 대규모 사업장에서의 지역업체 참여와, 기업체, 대형마트 등에 지역산품을 판매해 줄 것을 독려하고 있으나 결실은 아직 미미한 형편이다. 

 자치단체와 시의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 시장경제의 원칙에서 이 일 자체가 태생적으로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지역발전을 위한 당위성에서 꼭 필요하고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치단체가 의회와 함께 해당 사업현장을 찾아 이 지역 업체의 참여 현황을 파악하고 대형마트도 돌아보면서, 농수산물 등 지역산품의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또 독려한다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자치단체와 시의회, 언론, 사회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