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총선, 정책선거 기로(岐路)에 서다

서양속담에 “성질 급한 사람은 후식도 못 얻어 먹는다”는 말이 있고 우리옛말에도 “불자가 되기 위해 절에 가도 당장 머리를 깍아주지 않는다”말이 있다.

하다못해 철공소에서 기술을 배우러 가도 당장 가르쳐 주지 않고 몇 달 혹은 몇 년씩 허드렛일을 하고 온갖 잡심부름을 다하고 나서야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순수하던 그 시절에 누구를 단순히 부려먹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성실성․정직성․근면성 등을 엿보기 위해 궂은 일들을 시켜 그 사람의 싹수나 됨됨이가 괜찮다라는 판단이 들어야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산업화 초기에 선조들의 사람 고르는 방식이었다.

제18대 총선, 기다리는 유권자가 없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리는 유권자가 없다. 왜일까?

 과거 평화적 정권교체가 불가능했던 시대에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당당한 권리행사의 날로! 아니면 이심전심 통하는 한풀이라도 할 핑계로 투표소를 찾았던 유권자들! 하지만 지금은 힘이 나질 않는다.

 선거이야기라면 솔직히 울고 싶고 누가 뺨이라도 때려주기를 기다리는 심정이라면 조금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른다.

 무한경쟁시대에 민주시민으로서 위로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특정 기호면 무조건 당선되던 한풀이 선거도 이제는 그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

 하지만 맹목적 애정이 너무 길었던지 그 깊은 마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시대적 몸살을 같이들 앓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선거문화

언젠가 선거판에서 이런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주는 돈은 받고, 표는 다른 사람에게 찍는다" 라는 금품선거 캐치프레이즈 같은 말이다.

 이런 이중적인 선거문화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혹자는 ‘유교문화와 근대화 과정의 충돌이다.’라고 그럴싸하게 현혹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가치가 전도된 한국의 근현대사라고 보아야 한다.

 가치가 전도된 현대사 속에서 언제나 숨죽여 연명해온 한국 사람들의 이중적인 의식이 선거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즉 속내를 드러내면 죽는다'는 생존법칙에서 그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부연설명하면 절대복종이 충이고 효이던 유교 문화속에서 심한 외풍인 일제강점기와 이어진 전쟁의 후유증으로 머슴이 힘을 쓰는 평등한 신분을 위한 마지막 역전현상을 힘겹게 지켜보고 또 그 중에서도 약삭빠른 배신자들이 메뚜기떼처럼 판을 쳤던 찰나(刹那)의 역사를 경험했던 국민들의 순진한 흉내내기가 아니였을까?

선거부정은 4. 19혁명을 촉발시켰던 3. 15부정선거 이래 부단한 노력의 결과 유권자의 가시거리 밖으로 밖으로 희미한 물보라처럼 사라지고 있다.

 부정을 근절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작업도 종로의 보신각 타종수 만큼이나 손질을 한 덕분도 있지만 “50배 과태료, 5억원 포상금제도”를 선택한 선관위의 문제의식이 더 주효했다.

 하지만 형벌이나 금전적 제재를 통한 부정선거 예방이 민주선거나 민주정치 발전의 최선이거나 종국적인 목적이 아님은 더 이상 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긴장의 끈은 결코 놓을 수 없다.

 작은 구멍을 잘 막아야 큰 구멍을 예방할 수 있는 만큼 유권자․후보자․위원회가 다같이 불편하지만 클린선거를 위하여 돋보기를 쓰고 볼 수 밖에 없음을 잊지 않기 바란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시대를 열자

 과거 연고지향의 투표성향은 국가예산의 지역분배나 고위직 인사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얕은 계산이 깔려있는 미래를 내다보는 시민의 이성적인 선택은 분명 아니다.

역대 총선을 보자.

 대의민주주의 핵심인 경쟁성이 사라졌다. 안타깝게도 비합리적인 사회의 상징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역행하는 가장 보편적인 모습임을 경험해왔다. 이제는 선택기준을 바꾸자.

수산시장에서 국내산 동태면 만족하듯 무조건식을 계속 고집하면 참으로 힘빠진다.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품위있는 명품을 찾듯 매니페스토 정책중심, 일명 제대로 갖춘 공약을 약속하는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하자.

 “선거는 뽑는 행위”다. 품격을 갖춘 주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