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오는 4월 총선을 향해 달리는 후보들의 걸음이 바쁘다.

후보들은 새벽시장에서 부터 각종 행사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허리를 숙이고 있다.
 
 이제 시민들은 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마치 어항의 물고기를 바라보는 것 처럼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후보들이 웃으면서 악수를 건네면, 물론 지역 발전을 걱정하면서 반갑게 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면 냉담하거나 정치에 식상한,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도청을 출입할 때 얘기다. 지난 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북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부산경찰청장을 역임했던 이강년씨가 전북지사로 내려왔다.
 
이 지사는 능력이 있고 인품이 온화해서 도정을 원활하게 이끌었고 또 도청 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이 지사는 임기를 마치고 집권 당의 뜻에 따라 전주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 전주시 덕진구 위원장직을 맡게 됐다.
 
정치에 입문한지 1년도 채 안됐을 때 어느날 그가 도청 기자실에 들렀다. 점심이나 하자며 도청 옆 식당에서 기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소주잔이 몇잔 돌더니 그는 정치가 정말로 자기와는 맞지 않는다며 푸념을 하기 시작했다.

 이 지사는 정치를 할려면 적어도 세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 첫째가 거짓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벼라별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그때마다 얼렁뚱땅 넘기고 안되는 일도 마치 되는 것 처럼 알았다고 대답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매일 물 집어먹듯 잘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두 번째는 얼굴이 발바닥 처럼 두꺼워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비위가 노래기 회치듯 해야 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웃는 얼굴을 내밀고 매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가장 중요한, 돈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술.밥으로 대화를 해야 어느정도 관심을 갖지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고 또 자기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찻값이며 밥값을 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돈이 없으면 사람들이 절대로 곁에 붙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3가지 요건을 자기는 갖추지 못해 아무래도 정치는 못할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그의 좋던 얼굴도 푸석푸석했다. 

 결국 그는 1년만에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넘기고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며  훌쩍 전주를  떠났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정도 차이만 있지 그 틀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거짓말의 경우, 오히려 더욱 더 기승을 부려 남을 헐뜯는 것은 기본이고 악의적인 음해가 난무하는 등 선거때만 되면 지역을 어지럽히고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법이 아무리 바뀌고 세월이 지나도 이런 추한‘틀’은 어김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깨끗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말 정치에 나서면 안되는 것일까.

선택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