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미공군기지가 기름유출 사건과 석면 폐기물 폐립에 이어 고엽제 살포 주장까지 불거지면서 전면적인 환경실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군산 미공군기지의 소음피해는 쟁점화 된 반면 환경문제는 상대적으로 도외시됨에 따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민관합동조사단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름유출∙석면 폐기물 매립
지난달 26일 옥서면 미공군 제8전투비행단 정문 근처 발전기에 있는 디젤 연료 저장탱크에서 200리터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미군측은 기름이 우발적으로 유출돼 신속히 현장을 정리했지만 최근 내린 비와 바람의 영향으로 기지 내에서 약간의 기름이 밀려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군산시도 약 2~3㎞에 걸쳐 형성된 기름띠 주변에 4개의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 등으로 방제작업을 벌였지만 기름은 새만금 내측 해역까지 흘러갔다.
무엇보다 미군측은 이번 기름유출과 석면 폐기물 매립에 대해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기름 유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24일 최초 기름유출시 흡착포를 사용해 방제작업을 벌였지만 바람과 비로 인해 밀려나갔고, 즉시 군산시와 만나 추가 방제작업에 대해 논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미군측은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한 기지 내 석면 폐기물 매립에 대해서도 시인했다.
군산시와 미공군 측인 1일 기름유출으로 촉발된 석면폐기물 매립과 고엽제 살포 의혹 등에 대해 실무자 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공군 측은 기지 내 석면 폐기물 매립 절차와 시기, 매립량 등을 파악해 군산시에 통보키로 했다. 다만 고엽제 살포 의혹에 대해서는 ‘기록을 확인한 결과 살포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미군측의 일련의 대응은 경북 칠곡 캠프 캐럴과 경기 부천, 군산 미공군기지 등 고엽제 파문으로 국내 반미정서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여론을 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미군기지의 축소 은폐의혹을 제기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반발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는 2일 이번 기름유출사건과 관련해 미 제8전투비행단장과 시설대대장에 대해 전주지방검찰청군산지청에 고발장을 정식 제출했다.
◇미군기지 환경실태 안전한가
이번 일련의 사건을 접한 군산시민들은 불안감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름유출과 석면 폐기물 매립 이어 고엽제 살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군산 미공군기지 주변에서는 지난 2001년 이후 여섯 번에 걸쳐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그나마 이번 유출 사건은 부대내에 직접 연결된 수로에서 발생했기때문에 미군기지 유출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지역은 기름유출 출처가 불분명한 상태였다.
여기에 미군측이 지난 2007년 지정폐기물로 분류된 석면 폐기물을 정상적인 절차로 매립했는지에 대한 여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일 군산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들은 군산 미군기지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면적인 환경조사를 실시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군산 미군기지에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군산시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기름유출에 이어 고엽제 살포됐다는 사실은 주한미군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환경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엽제를 살포한 주한미군을 강력히 규탄하며, 하루빨리 스스로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고엽제 살포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아울러 시민사회단체가 포함된 민관합동 공동조사를 실시해 고엽제 살포의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특히 “고엽제로 인한 피해가 퇴역미군에만 한정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에 따라 고엽제 살포 당시에 근무한 주한미군과 한국군, 한국인 노무자와 인근 주민들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대대적인 환경조사 이뤄져야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실태에 대한 문제다.
미군기지는 SOFA 규정으로 인해 환경조사에 대한 권한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다만 SOFA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 절차에 따라 환경문제 발생시 미군측으로부터 통보만을 받게 돼 있다.
이번 기회에 군산시는 미군측을 상대로 기름유출 사건과 같은 유사사례 발생시 한미 공조체제를 보다 강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조만간 미군과 환경문제와 관련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내용으로는 미군기지내 환경문제 발생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48시간 이내 통보함은 물론 기지내 자유로운 출입을 통해 적극 대처키로 했다.
이에 반해 군산시의회 서동완 의원은 31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주한미군기지 기름유촐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주장했다.
서 의원은 시정질문에서 군산미군기지 기름 유출 사건에 대해 군산시가 미공군측으로부터 사전에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 의원은 지난 2007년에도 미군기지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토양 오염이 발생했는데 5년이 채 되기 전에 또 다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은 군산시가 미군에 대해 저자세로 안일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무엇보다 서 의원은 이번 기름유출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공군 측이 제시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타 지역처럼 시민단체를 포함한 민관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세기 동안 한반도 평화수요를 위해 대한민국에 주둔중인 미국이 연이은 환경문제 파문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한정근 기자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