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선 교수

군산대학교가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사이버 수사 및 디지털 증거수집을 위해 수사기관에 제공된 전화번호, 인터넷 아이디 등의 개인정보는 4300여만건에 이르지만 제공 사실의 대다수가 개인에게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이 USB 등 디지털 저장매체를 압수하고 돌려준 경우는 36.7%, 이를 폐기한 경우는 5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행 사이버 수사 및 디지털 증거수집 수사절차가 인권을 보장하고 있냐’는  질문에 수사관의 78.2%가 ‘그렇다’라고 응답한 반면에 피수사자의 94.4%가 ‘아니다’라고 응답해 양측이 대조를 보였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사기관으로부터 영장집행에 대한 사전통지를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 역시 피수사자의 94.4%가 ‘아니오’라고 응답해 수사관과 피수사자 간의 인식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용역의 책임을 맡은 군산대 법학과 곽병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이버 수사 및 디지털 증거수집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수사기관, 피수사자, 변호사,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기하는 문제점을 분석하여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절차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수사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이단계 압수제도와 제3자에 의한 필터링 제도, 압수물의 신속한 환부 및 폐기절차 마련, 통신자료에 대한 영장주의 적용 등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수사기관, 피수사자, 변호사, 전기통신사업자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