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어둠을 밝히는 군산 사람들

나눔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행복 추구

김세린 기자 / 2013-01-07 10:02:32

기록적인 한파와 높은 물가로 마음도 얼어붙고 더욱 움츠러드는 올 겨울.

경기불황으로 인해 장학금 기탁액도, 어려운 이웃을 향한 관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군산의 얼굴 없는 천사들의 선행이 아름다운 감동을 전하며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다.

지난 26일 사랑의열매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노신사가 나타났다.

노 신사는 사랑의 열매 박완수 사무처장을 만나서 말없이 1천만원권 수표 두 장을 내 놓고 떠났다.

이 신사는 사랑의 열매에 매년 어려운 이웃을 써 달라며 수 천 만원씩을 기부하고 있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단지 군산에 살고 있으며 나이는 80대라는 것뿐이다. 은퇴한 직장인인지 사업가인지 현재 직업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밝히지 안않다.

노 신사는 사랑의 열매 사무처장에게 ‘자신이 떠날때까지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당부 했다고 한다. 떠날 때까지란 의미는 아마 죽음을 의미할 것이다.

자신이 죽는 날까지 자신의 선행에 대해 절대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신사는 12년째 전주시 노송동에 거액을 기부한 ‘얼굴 없는 천사’와 함께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익명 기부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04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처음 방문해 2,000만원을 기탁했고 2009년3,000만원, 2010년 2,000만원을 기탁하는 등 소리 없는 선행을 이어갔다.

올해까지 노 신사가 익명으로 기부한 돈은 모두 합해 9,000만원에 달한다.

노신사의 기부금은 전북지역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생계비와 장학금, 의료비, 야간보호시설지원금 등으로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

또 다른 얼굴 없는 천사가 있다.

이 얼굴 없는 천사는 군산 교육 발전을 위해 해마다 천만원 단위의 장학금을 군산교육발전진흥재단에 기부를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얼굴 없는 천사는 해마다 1천만원에서 2천만원까지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기부하는 조건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이다.

얼굴 없는 천사는 장학금을 내면 의례적으로 찍는 기념촬영 조차도 하지 않고 단지 장학금만 내 놓고 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익명의 기부자는 기업체 관계자인 것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며 기부자 의견을 존중해 신상 정보에 대해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산에 교사로 재직하면서 익명으로 장학금을 기탁하는 교사도 있다.

역시 신분을 밝히지 않는 모 교사는 작년 2백만원을 기탁한 데 이어 올해에도 백만원을 교육발전진흥재단에 기탁했다.

일 년 용돈을 아껴가며 조금씩 모은 돈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좀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소박한 마음으로 기부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록 작은 액수지만 군산 교육 경쟁력을 향상 시켜 나가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익명으로 기부를 하는 사례는 숫자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기부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한 심리학 교수는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익명의 기부자들은 기부 행위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며 “자신이 가진 부의 크기가 작더라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에 기쁨을 얻는다”고 말했다.

나눔을 통해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함께 추구한다는 것.

시민 김모씨는 “익명이든 아니든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존경받을 일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존경받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 군산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기자 (violetri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