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포 후 이뤄진 음주측정과 채혈검사는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이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법원은 음주 교통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된 A씨(54)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의 고지 등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이뤄진 강제연행은 전형적인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라며, “또한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는 주취운전의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그 측정결과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적법절차를 무시한 강제연행은 불법 체포이며, 이를 통해 이뤄진 음주측정은 물론 자발적인 음주측정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기소된 A씨는 지난 2008년12월12일 군산 모 식당에서 회식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골목길에 주차돼 있던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피해 차량 주인과 시비가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음주측정을 위해 지구대 동행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다.

 이후 A씨는 강제 연행된 뒤 구속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발적으로 음주측정에 응했고, 1심에서는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2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우선 보장한 판단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