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100세 시대를 맞아 아름다운 노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퇴 후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늘고 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그리움 대신 은퇴를 기점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가며 자신의 인생사를 다시 써 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나보고 늙을 줄을 모른다고 하는데 아니 뭐 하러 늙는 것을 알아야 해? 그게 뭐 좋은 거라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바쁘게 사니까 젊어 보이나 보지.”
채옥석(80세) 미소리공연단 단장이 호탕한 웃음과 함께 젊어 보이는 비결을 공개한다.
바르지 않은 것을 보지 못하는 성격 탓에 조금 일찍 교직에서 물러난 후 성당 사목회장, 화가, 게이트볼연합회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음악, 체육 등 예체능 분야에 재능이 있었기에 일흔 둘에 처음 배우기 시작한 섹소폰도 두 달 학원 다니고 독학으로 익혔다.
이후 아름다운 소리라는 의미로 직접 본인이 작명한 미소리공연단 단장을 맡으며 경로당이나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공연을 펼쳐 인들을 위안하고 있다.
미소리공연단 역시 노인들로 구성되었다.
“시설 같은 곳에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오히려 나에게 위문을 받고 있어. 그런데 이 일이 남을 위해 하는 것 같지만 정작은 나를 위한 것이야. 공연을 하면서 그분들이 좋아해주고 호응해주면 우리가 활력을 얻고 감동도 받고 그러지.”
가끔 연주하러 갈 때 장비를 싣고 다니다보면 차에서 싣고 내릴 때 혹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힘이 부치기는 하지만 함께 박수치며 호응해주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이보다 더한 보람과 행복이 어디 있으랴 싶다.
채 단장의 달력과 다이어리에는 공연단의 스케줄이 빽빽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상금도 탔다.
교직에 있을 때는 오직 학교라는 틀에 갇혀 삶의 여유를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은퇴해보니 세상이 이렇게 넓고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지를 깨닫고 있다는 채 단장이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교육자가 된다면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좋은 지도법을 개발해 잘 가르쳐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최근 각박해진 세상이 교육의 책임도 있는 듯해 죄책감도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활동을 하면서 다니다보면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거 보면 아직 살 맛 나는 세상이죠. 집에서 외롭게 삶을 이어가시는 분들도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는 노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