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블루베리 등 농사를 지으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문창기 씨 부부.
“장손이고 장남이고 외아들이니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내려와서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옥산에 위치한 행복한 블루베리 농장 안주인 권은숙 씨의 말이다.
이에 남편 문창기 대표는 “귀향해서 몇 년 간 아버님 병간호만 하다보니 경제상황이 점점 어려워졌다”며 “하지만 생명체를 가꾸고 그것들이 커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옥산에서 나고 자라 73년 현대제철(당시 인천제철)에 입사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이사 진급을 눈앞에 둔 98년 아버님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며 퇴사하고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혔다.
몇 년간 아버지의 병간호 후 밭을 이용해 작물을 키우기로 하고 여러 가지를 알아보던 중 복분자가 눈에 띄었다.
군산에서 최초로 복분자를 들여와 재배했지만 6년여를 재배하다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연작피해(같은 작물을 계속 심는 경우 입는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러던 중 군산농기센터에서 블루베리를 알게 되었고 시장조사를 해보니 고가에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마침 시범농가로 선정돼 시에서 지원을 받아 약 3305㎡(1천여 평)에 블루베리 묘목을 심었다.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기법으로만 생산하며 입소문을 타고 매해 완판을 기록했다.
“음식 갖고 장난치는 게 제일 싫어요. 물론 유기농이 까다롭고 힘들기는 하지만 유기농은 생명 산업이잖아요. 건강을 위해 과일을 먹는데 농약이 잔뜩 묻은 과일을 먹으면 되겠어요? 그래서 우리 농장이름도 블루베리가 주인이고 블루베리가 행복한 농장이랍니다.”
유기농 블루베리 생산 8년째, 문 대표의 밭 주위에는 지렁이니 두더지, 청개구리, 장수하늘소, 뱀, 질경이 등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모든 작목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이 있듯 자신이 노력한 만큼 수확이 나죠. 농사만큼 정직한 직업이 있겠어요? 소득도 올리고 재미도 있고 남에게 이득도 되고 노후에 꽤 괜찮은 직업이예요”
문 대표는 모 퇴직자들의 모임에서 ‘로망의 대상’으로 통한다.
그만큼 퇴직 후 귀농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 새로운 작물인 작두콩에 도전하고 있어요. 편히 살지 왜 시골에 와서 힘들게 일하냐는 분들도 있지만 하다보면 농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느끼고 이 일에 내 삶에 얼마나 큰 활력소인지 실감하다보니 멈출 수가 없어요”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