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구전쟁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많은 지자체에서 인구 늘리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군산시 역시 10여 년 전 50만 국제관광도시를 표방하고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27만 명에 멈춰 있다.
이에 군산 지역 34개 단체로 구성된 ‘군산에살자’시민단체협의회가 지난 24일 군산발전에 대해 깊이 연구해온 전문가로부터 대안을 수렴해보고 향후 캠페인 방향을 설정하고자 “군산愛살자”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에 본지는 좌담회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주)
조성돈 군산에살자협의회 공동회장: ‘군산愛살자’라는 주제로 오늘 좌담회를 마련했는데 사실 군산에 살자는 것은 일회성, 단발성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이어야 하고 군산 시민 누구나가 함께 참여해 정말로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어야 합니다. 오늘 좌담회가 진지한 가운데 좋은 방안이 도출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이호 사회자(군산대 경영학과 교수): 본격적으로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군산대 이호 교수입니다.
군산시 현황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12월 말 현재 인구가 27만8천 여 명, 올해 예산이 9239억 거의 1조 시대이며, 행정조직은 5국4소, 3담당관 40과 1소, 3전문 27읍면동, 행정 구역은 1읍 10면 16동입니다. 국회의원 1명, 지방의회 의원은 선출직 21명, 비례대표직 3명 상임위 3개가 있습니다.
몇 년째 군산시 인구는 계속 정체되고 있습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봐도 지역적 편중이 심하고 유입이 되지 않으니까 소비도 감소했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던 군산예술의전당 등의 활용이 떨어지는, 외부에서 봤을 때 활력이 떨어지는 도시로 이미지가 굳어가는 형세입니다.
군산의 인구가 정체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몇 년 째 국회의원이 한 명뿐인 군산시의 발전 방안과 앞으로 군산시에 필요한 것 등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왼쪽부터 조성돈 '군산에살자'시민단체협의회 공동회장, 이호 군산대 교수
오지윤 군산시여약사회 회장(이하 오지윤 회장): 현대사회는 수명연장으로 고령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데 비해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어 인구감소현상은 비단 군산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도시가 겪는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일 것입니다.
이런 추세 속에서 기존에 군산시는 새만금 개발과 기업 유치 등 외향적인 성장 동력을 통해 도시발전과 인구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기업유치 시 인구는 단순 증가할 뿐 정주인구는 크게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군산에 살고 싶은 요소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군산시에서 유치에 힘쓰고 있는 부분이 조선이나 자동차 등의 분야인데 이들 분야는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안 좋아지는 현 시점에서 군산 경기도 아울러 안 좋아지고 거기에 종사하는 분들까지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 유치 뿐 아니라 군산 지역 경제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것들, 예를 들어 귀농이나 귀촌 등의 장려책이 필요합니다.
복지 측면에서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출산 장려 및 보육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도시와 비교해 볼 때 군산은 이런 정책이 부족합니다.
올 8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년 출산통계’를 보면 전남 해남·영암·함평군이 출산율 전국 1∼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남이 ‘맞춤형 출산 장려책’을 펼친 결과입니다.
교육적 측면에서는 광역 단위 자사고인 중앙고가 제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교육적인 문제 때문에 다른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사고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면 인구 유출이 적지 않았을까 합니다.
김환용 녹색연대 대표(이하 김환용 대표): 우리나라 모든 자치단체가 원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진단도 해결도 쉽지는 않은 문제입니다.
군산은 지정학적으로 볼 때 또 하나의 땅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중심으로 보면 전라도의 시작점이기는 하지만 전라도에서 보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또 하나의 땅끝입니다.
그렇다면 군산시의 지정학적 위치가 불리하기만 한 것이냐 하면 또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국제항이 있고 국제공항을 지향하고 있고 철도나 고속도로 등 기반은 다 갖춰진 도시이나 여전히 군산은 인구가 증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군산의 산업구조는 장치산업에 치중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나 휴대폰 등 경박단소형 첨단정밀제품 생산의 ‘노마드산업’이 아닌 플랜트 중심의 대단위 공업시설은 상대적으로 고용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여천 대규모 화학공장 같은 경우 8시간 운영하는데 28명 정도만 필요하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군산산단에 입주한 공장들은 그 회사의 핵심적인 생산기지도 아니고 3공장, 4공장 수준입니다.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제법 규모 있게 보이지만 주력공장은 없고, 단순조립형이며 핵심기능이 없는 가히 하청업체 수준과 다르지 않은 현실입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 OCI, 두산인프라코어 등 상당히 많이 알려진 기업들이 군산에 있지만 이들 중 전라북도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딩 컴퍼니는 한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인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결혼해서 출산하는 것과 외부유입, 두 가지 방안이 있지만 출산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외부유입이 있는데 군산이 과연 귀촌할 수 있는 도시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군산은 귀촌희망도시가 아닙니다.
이런 모든 것을 볼 때 군산의 인구가 증가하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최연성 군산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이하 최연성 교수): 인구 증가에 있어 삶의 질이나 인프라 구축은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전라북도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곳은 전주, 군산, 완주 세 곳입니다. 3개 시군의 전출입 현황을 보면 전주는 도내 인구들이 많이 유입이 되고 있으며 도외 인구가 유입되는 곳은 완주와 군산입니다. 완주는 기업이 상당히 많고 혁신도시가 인근 해 있고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나마 군산 인구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은 산업에 기반하는 것이 크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교육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공주는 교육도시이나 인구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공주 인구는 11만 여 명 세종시 인구는 18만 명 정도인 것을 볼 때 교육이 인구 증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입니다.
인구증가책으로 가장 좋은 정책이 그나마 기업유치인데 현재 군산은 입주한 기업들이 너무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어 산업 편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편화시키는 것이 시급한 문제입니다.
조선산업이 안 될 때는 바이오 산업으로 대체하고 바이오 산업이 안 될 때에는 IT 산업으로 대체하는 등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근본적으로 군산시에서 기업을 유치하고자 할 때 뚜렷한 계획이 없습니다. 어떤 기업을 유치할까 계획을 먼저 세우고 조례도 세우며 세일즈할 때 타켓을 정하고 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만금의 한중경협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 기업이나 와 주면 고맙다는 식으로 그 소중한 토지에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는 기업을 유치하려 하지 않았습니까?
교육 측면에서 아까 자사고 중앙고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중앙고보다는 공립인 전북외고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발전진흥재단의 역할을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에는 군산시에서 우수인재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했는데 이 정책이 십년 운영됐습니다. 십년을 운영해도 큰 효과가 없었으니 이제는 보편교육을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학력수준이 저하되는 친구들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서 전체적으로 보편교육의 수준을 높인다든지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잘 나가는 지역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학의 역할도 큽니다. 대학들이 적정수준의 교육을 시키는 지 한 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에 비해 대학이 매력이 있으면 사람들이 옵니다. 대학의 중요성은 익산시의 경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원광대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익산시 인구도 많이 증가했고 원광대의 인기가 약간 시들해지니까 익산시 인구도 많이 줄었지 않습니까?
이밖에도 어린이행복도시를 표방한 군산시가 출산 양육에 대한 충분히 지원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 같지가 않고 뭘 하고 있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왼쪽부터 오지윤 군산시여약사회장, 김환용 녹색연대대표, 최연성 군산대 교수.
김환용 대표: 어린이 행복도시는 국가 정책이 아니어서 국비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호 사회자: 문제점들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하시는 향후 정책 방안이나 발전방향,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 등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환용 대표: 군산시가 인구 대비 대학 숫자만 보면 미국의 보스턴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재들은 다 외지로 나가는 현상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군산의 장학 정책은 인구 증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학은 많은데 지역 문제와 관련해 도움을 받을 만한 교수들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큰 국가용역은 많이 하지만 학생들을 데리고 지역을 샅샅이 살펴보는 교육은 무관심합니다.
아울러 군산 기업의 지역 공헌도는 타시도에 비해 굉장히 낮습니다.
예를 들어 여수 지역의 장례식장을 가 보면 지역 기업들이 상조물품에 기업 브랜드를 찍어서 제공할 정도로 기업이 지역경제에 일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군산 지역의 시민단체 지리멸렬합니다. 특히 새만금사업과 관련해 환경단체가 많이 사라져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됩니다. 그렇다고 군산시가 시민사회에도 지원도 안 합니다. 시에 위기가 닥쳐올 때 함께 공동대처를 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북대병원 문제이죠.
군산만큼 시민단체와 거리를 둔 지자체는 없습니다. 타시도는 지역발전에 있어 시민단체가 함께 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개념을 인지하고 있는데 군산시는 그런 개념이 없습니다. 때문에 시민사회의 동력을 지역발전으로 이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지윤 회장 : 군산의 인구증가를 위해 유입되는 인구도 중요하지만 유출방지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농촌의 노총각들이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시에서 정책을 개발한다든가 산업체 근무자 중 미혼자들을 위한 공연 인프라 구축이나 즐길만한 여가문화를 꾸준히 개발해야 합니다.
향우회원들이 군산으로 귀향을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그들이 아팠을 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북대 병원 유치와 관련해서도 시에서 적극적으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보편적 교육 이야기가 나왔는데 최근 교육은 거의 인터넷 강의 위주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강남구청의 경우 구청 차원에서 3만원 정도만 내면 중고등학생들이 1년 내내 모든 과목의 인강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남구청 인강이 수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아주 파워가 막강합니다.
군산시도 글로벌 리더 아카데미의 예산 일부를 들여 사설 업체나 강남 구청의 인강 판권을 사서 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면 교육 수준이 다 같이 올라가서 더 좋은 파급효과를 파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시개발에 있어서 수송동처럼 외형적 확장이나 과밀개발보다는 최근 대세인 에코 도시처럼 친환경적이고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이 필요합니다.
또한 최근 ‘강소기업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큰 기업보다 지역 브랜드를 갖고 여성이나 노인을 채용하는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군산 시내 소득 상위권 가족과 자녀가 군산에 살지 않는데 그들이 도덕적인 가책을 느낄 수 있도록 시민단체가 캠페인을 한 번 하면 어떨까 제안합니다.
최연성 교수 : 시민단체들이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군산의 우울한 도시 이미지를 걷어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군산이 영화촬영도시로 명성을 날리면서 많은 영화들이 군산에서 촬영되고 있는데 대부분이 치고 박고 뒷골목에서 거래하고 이런 영화들입니다.
이런 군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되어야 하며 시민단체 차원에서 외부에서 볼 때 군산을 깨끗하고 밝은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군산은 여전히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건설 할 때 그 사이에 공원이나 주차공간에 대한 대안 없이 마구잡이식 건설만 하고 있어 우리 스스로도 군산의 이미지를 어둡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회자: 이미지 상쇄를 위해 우선 군산 터미널이 먼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버스터미널만 보면 70년대 분위기이고 수송동은 2천년 대 분위기인데 만약 관광객들이 수송동을 들르지 않고 버스터미널만 거쳐 간다면 군산에 대해 어떻게 기억할까 우려가 됩니다.
김환용 대표: 군산의 이미지하면 올드하다는 대답이 떠오릅니다 교량이나 기념탑, 기존의 공공건물도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물들이 없이 과거지향적인 디자인들이 대부분입니다.
영국 템즈강 사진을 보다보면 오래된 전통 도시임에도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첨단공법을 접목하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에만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언제까지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까 의문입니다.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도입이 필요합니다.
최연성 교수: 도내에서도 균형발전이 필요합니다. 도 산하기관들이 너무 전주권 중심으로 배치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얼마 전 전주·완주·정읍 지역에 걸쳐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었는데 그 연구개발특구법에 가장 합치하는 곳이 바로 군산입니다. 기업부설연구소가 도내에서 군산에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주권에 지정되었는데 군산시에서는 아무 대비도 사후대책도 없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김환용 대표 : 맞습니다. 전라북도 내에 시군마다 특구가 다 있는데 군산에는 특구가 한 곳도 없습니다. 나포를 생태문화특구로 지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에 제안한 적이 있는데 계속 검토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해당되는 연구개발특구가 우리가 해당되는 것조차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도내 의사결정과정에서 군산 출신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이호 사회자: 인구증가라는 문제는 산업 교육 복지 도시 등 전반을 아우르는 주제인데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고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단체가 과거에 특정 이슈에 대해 액션을 취하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지역 공동체 복원하고 카운터 파트너로서 시와 시의회를 대상으로 건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주는 위상정립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하고 소중한 의견을 말씀해주신 패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정리=문지연 기자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