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동 아이파크 주민들이 직접 아파트 곳곳의 제설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예년보다 10° 나 낮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이번 주말 폭설까지 내리며 도시가 꽁꽁 얼어 붙은 가운데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미담들이 전해져 훈풍이 돌고 있다.
흔히 아파트는 현관문 닫으면 옆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곳으로 공동체 의식을 느끼기 힘들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이런 편견을 깨는 일들이 이번 한파에 군산 곳곳에서 퍼져 나간 것.
미담의 주인공은 미장동 아이파크, 은파코아루, 나운동 대우아파트 그리고 군산 곳곳의 주택가 주민들이다.
미장동 현대아이파크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일요일이었던 24일 눈이 잠깐 멈춘 후 최만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비롯한 대표들이 관리사무실에 모여 제설 대책을 논의했고 주민들 스스로 눈을 치워보자는 의견이 나와 아파트 내 방송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를 당부하게 되었다.
방송을 들은 주민들이 한 두명 모이더니 금새 1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아파트 곳곳에서 장비를 들고 눈을 치웠고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눈을 치우고 얼음을 깨며 도움의 손길을 더했다.
미장아이파크 관리소장은 “18년 동안 관리소장 일을 했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와 주시는 주민들은 처음 봤다”며 “다른 곳은 도움을 청하면 열 명이나 나올까 말까 하는데 정말 깜짝 놀랐고 땀은 흘렸지만 정말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한 이날 지곡동에 위치한 은파 코아루 아파트와 나운동 대우아파트 주민들도 함께 나와 솔선수범 눈을 치우며 정을 나눴고 주택가에서는 남의 집 앞의 눈까지 치워주는 아름다운 광경들이 연출되었다.
30cm 가까운 눈이 내리고 추위까지 몰아치자 눈은 그대로 얼음이 되었고 적은 인원의 경비원들이 주차장에서부터 통행로, 출입구 등을 다 책임지다 보니 제설작업은 한계에 부딪치기 일쑤였다.
차도 발걸음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지지 않으면서 신경도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날씨를 탓하고 시나 관리사무소를 탓하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군산 시민들의 저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시민 김미연(32) 씨는 “주민들이 다 함께 눈을 치우는 모습을 보니 정말 훈훈하고 동화 속 이야기 같았다”며 “정말 고생하신 분들게 감사드리며 세상이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