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면 2000 여 명이 오가는 경암동 철길마을, 이미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지 오래지만 정작 그 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거론하길 꺼려한다.

지난 25일 경암동주민센터에서 열린 ‘경암동 철길마을 원형보존을 위한 주민간담회’가 열렸지만 이날 시에서 브리핑을 시작하기도 전에 주민들의 한 맺힌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당초 시에서는 철길마을의 원형보존을 위해 ▲기존건축물의 철길쪽으로 난 처마형태에 대해 양철(함석)지붕에 목재를 사용해 치마길이는 80cm로 가이드라인 제시 ▲지난해 행정대집행으로 건축물 철거 후 남은 바닥콘크리트를 원상 복구해 자연마당(마사토)으로 조성 ▲시민이 직접 불법광고물을 수거할 시 보상(온누리상품권) 지급 ▲지난 19일 사용승인 된 신축건물 미관(디자인) 변경 시 사전협의 ▲차후 경관협정 체결 논의 등을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대부분 50년 넘게 많게는 70년 가까이 그 곳에서 살았다는 주민들은 지난해 무허가 임시건축물 철거 당시에도 주민들은 시에서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시에서는 주민들을 위해 하나도 해준 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근 몇 년 동안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아와 집안을 둘러보고 빨랫줄에 걸린 속옷까지 사진 찍으며 이것저것 묻고 귀찮게 해도 친절하게 대답하고 뭐라 항의도 못 하고 살았는데 최근에는 상가까지 들어서며 쓰레기가 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주말이면 길을 막고 장사를 하는 등 뒤치닥꺼리를 다 주민들이 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부터 급증한 상가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은 시에 대한 불만만큼 컸다.

사실 지난해 철길마을 일대 불법 건축물 철거가 촉발된 원인 중 하나도 주민들만 살고 있던 곳에 먹거리 상가들이 하나둘 생기고 그들 중에 무허가 건물이 난립해 경관을 방해하는 등 철길마을의 원형을 훼손한다는 우려에서였던 것.

특히 올해 사유지 2곳에 신축 건물 2동이 들어서며 철길마을에도 먹을거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새 건물이 오히려 옛 정취를 방해하며 출입문을 철길마을 쪽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생활권을 간접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의견이 맞섰다.

결국 주민들은 “징글징글해서 못 살겠다. 제발 나가고 싶으니 보상을 해달라”고 시에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곳 대부분이 국유지이라는 것. 군산시가 지난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며 후속조치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설사 시가 매입한다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원형보존을 위한 불법건축물 철거 후 반년이 지났지만 너무나 판이 커져 버린 철길마을 양성화 대책 과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예전의 정취를 찾을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