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놀이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보도블럭과 데크가 깔린 꿈담음 생태놀이터.
전국적으로 생태놀이터 조성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행복도시를 표방한 군산시에서도 5억 여 원을 들여 지난 5월 꿈담음 생태놀이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도심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자연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다는 안내에 어린 자녀들을 가진 시민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으나 개장 후 실제 방문한 시민들은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꿈담음 생태놀이터는 지곡동 564-1에 조성되었던 공원을 5억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했으며 언덕미끄럼틀, 네트놀이대, 통과놀이대, 세족장, 화장실, 놀이집, 성인운동기구, 어린이운동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군산시는 자연적인 요소를 최대한 도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생태전문가들은 인공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고 반박했다.
놀이터 내 바닥도 자연의 흙이 아닌 데크나 보도블록으로 깔았으며 어린이운동시설 등 철골구조물이 너무 많아 자연과 전혀 상관없는 합성·화학적인 요소들이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나무를 바닥이 아닌 인공구조물 위에 심어 인위적인 요소를 더해 아이들로부터 거리감을 갖도록 하고 있으며 언덕미끄럼틀에 잔디를 깔아 강아지풀 등 다른 풀들이 자랄 수 없도록 해 놓기도 했다.
생물들의 다양한 서식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아이들이 최대한 데굴데굴 구르고 이쪽에서 저쪽까지 뛰어다니며 흙과 자연물 그대로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 아닌 인공구조물을 이용한 기존의 놀이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조성된 것이 아닌 관리하기 편한 것에 맞춰진 어른들의 눈높이로 조성되었으며 특징 없이 좁은 부지에 이것저것을 다 채워넣다 보니 정작 중요한 ‘생태’는 사라지고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것이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시민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조물을 설치하는 데 쓰기 보다는 나무를 좀 더 심어 떨어지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가 장난감이 되고 자연그늘도 되며 생태의 변화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아이들이 와서 미끄럼틀 몇 번 타고 동굴 왔다갔다하고 모래 조금 갖고 놀고 그냥 가는 걸 보면 참 뭐하러 만들었나 싶다”고 전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대한 천연재료를 이용한 구조물들을 조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설치기준을 맞추는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어린이행복도시인 만큼 타 지자체의 선진사례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생태 개념을 도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