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이는 늦게 출발해요. 잘 안 들리니까. 늦게 출발하지만 다 따라잡아요.”
진현이(옥구중1년)는 청각장애를 지녔다. 3살 때부터 시작한 인공와우수술을 벌써 세 번이나 했다. 그리고 육상선수다.
연습을 더 많이 했다면 출발에서 밀리지 않을 텐데 연습은 시합이 있기 한 달 전이나 2주 전에야 시작했다. 대부분의 장애인체육분야가 그렇듯 전문적인 훈련·육성프로그램도 전담 강사도 없다.
시합을 앞두고 학교에 한 분 뿐인 체육선생님이 틈틈이 시간을 내거나 특수교육담당 선생님이 인솔해 인근 대야초등학교에 가서 나름 훈련을 하는 정도였다.
진현이 쌍둥이 형 진홍이(옥구중1년)역시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고 6살 때 양쪽 다리를 수술했으며 한차례 더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누구보다 잘 달린다.
이들 쌍둥이 형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2년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둘의 기록은 비슷하다. 단지 대회에서는 청각장애와 뇌병변장애 부문으로 나뉠 뿐이다. 그렇게 때로는 경쟁상대로, 때로는 페이스메이커처럼 조력자로 쌍둥이 형제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다정다감한 진현이는 형을 무척 따르면서도 형에게 지는 걸 싫어하고, 시크한 진홍이는 진현이를 귀찮아하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진현이를 치켜 세웠다.
임진홍, 임진현 형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획득한 메달을 환한 미소와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아이들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후 아버지 임한복 씨는 아이들 언어치료를 위해 완주 비봉에서 군산으로 이사를 왔다.
아이들은 통합교육 전문기관인 열린터 어린이집을 다녔고 진현이의 수술 때문에 입학이 늦어져 9살에 당북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후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시합을 할 때면 쌍둥이형제가 1등을 도맡아했지만 누구도 눈여겨보지 못했다.
6학년이 되어서야 아이들의 재능을 알아봐 준 송재능 선생님이 대회에 나가볼 것을 추천했다.
그렇게 겨우 한 달 연습하고 나간 아이들이 금메달 다섯 개를 따 온 것이다. 올해 획득한 금메달 두 개와 동메달 두 개를 합하면 벌써 아홉 개다.
“지난해 1등 하고 왔을 때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올해는 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대로 연습도 못 하고 힘들고 내 딴에는 안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도 지네가 하고 싶다고 꼭 해야겠다고 하대요. 저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할머니는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평일에는 군산에서 아이들을 봐주고 주말이면 완주로 가 그곳에 거주하고 계신 할아버지와 함께 농사일을 하신다.
아이들을 위해 군산 시내 중학교를 일일이 다 다녀보고 그나마 학생이 적고 환경이 좋을 것 같아 옥구중학교로 원서를 낸 이도 할머니다.
아이들은 “꼭 이겨서 성취감을 얻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금메달을 딴 후에도 아무것도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냥 이겼다는 생각만 들었다.
컴퓨터 게임(진홍)을 좋아하고 춤(진현)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우리나라 대표선수로 장애인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중에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딴 후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건넸다.
“네”하며 수줍어하는 미소년들 앞길에 밝은 햇살이 비추길 기원해본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