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낮에 잘 놀던 아이가 잠자리에 들었지만 쉬 잠을 자지 못하고 끙끙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마를 짚어보니 뜨거워 체온을 재보니 39°c다. 맘이 급해져 아이 옷도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 마사지를 해 보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집에 둔 해열제를 일단 먹여보기로 한다.
밤 10시, 30분 정도 전에 먹인 해열제의 약효가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아이의 체온은 쉬 떨어지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일단 병원에 가보기로 하고 소아과에 전화를 해 보지만 진료를 하는 곳이 없다. 아이는 보채고 마음만 급해 병원 응급실로 향했지만 이곳에서도 진료 없이 그저 해열제 처방만 해 줄 뿐 별다른 진료를 해 줄 수 없다는 말 뿐이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한 번쯤 겪었을 만한 상황. 특히 24시간 소아과가 없는 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소아과가 10시 전에 문을 닫는다. 10시 이후에는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지만 소아과 의사가 없을 경우 치료가 안 돼 간단한 응급 처방만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행복도시에 따른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24시간 아동병원에 대한 부모들의 유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사진은 달빛어린이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통계에 따르면 전북 평균 응급실 환자의 1/3이 소아이고, 이중 42%가 경증환자이다.
이에 지역 부모들 사이에서는 밤12시까지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나 편의시설과 많은 입원실을 갖춘 아동병원 신설에 대한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낮에 소아과 방문이 어려운 부모들의 경우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
ㄱ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군산 지역 아동 관련 시설 중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24시 소아과나 아동병원이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하기도 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소아환자가 응급실이 아닌 외래에서 365일 밤 12시까지 안심하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말한다.
전북에서는 전주 다솔병원이 2015년 선정돼 운영 중이며 지난달 전주 대자인병원이 내년부터 운영할 병원으로 선정되었다.
군산시관계자는 “달빛어린이병원 공모 시 지역 내 병의원에 관련 공문을 다 보내봤지만 관심을 보인 곳이 한 곳도 없었다”며 “국도비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던 방식에서 수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더욱 지원을 안 할 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도 눈치 보기가 있는 듯 하다”이라고 전했다.
이에 ㅎ씨는 “없으면 말고 식의 소극적인 정책 말고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유인책을 동원하거나 지역 내 의사들도 인식 전환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며 “어린이 행복도시 취지에도 적합하고 인구 이탈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