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 주민들이 주도해 도시재생전략계획을 수립한 예가 있어요. 대부분 전문가들이 마스터플랜을 짜는데 주민들이 지역 스토리를 바탕으로 계획을 짜면 황당한 얘기들이 나올 수 없죠. 거짓이 나올 수도 없어요. 다른 나라는 이게 당연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제 새롭고 신기한 거죠.”
군산 우체통거리의 상인과 건물주 등으로 구성된 경관협정위원회를 상대로 경관협정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과 협정안을 이끌어내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오민근 강사의 말이다.
경관협정이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해 의해 지역 경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운영주체는 ‘지역주민’이고 협정의 주요 내용은 ‘건축물, 광고물, 공작물, 외부공간 등과 관련한 주민들 간 약속’이다.
지난 6월 8일 군산에서 도시재생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경관협정에 관한 첫 강의가 있었다.
도시재생선도지역 내 몇몇 주민 공동체가 구성되었지만 이날 수강생은 대부분 우체통거리의 도란도란 공동체 주민들이었다. 그만큼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도 높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공동체였다.
이후 도란도란 공동체는 경관협정을 추진했고 건물주까지 포함해 약 40명으로 구성된 경관협정위원회를 구성 오민근 강사와 함께 매주 수요일 2시간 씩 집중검토회의를 하고 있다.
우체통 거리의 특색을 살리고자 주민들이 직접 우체통 정비에 나서고 있다.
우체통 거리 내 건물 주인들이 대부분 참여한 점도 놀라울 뿐 아니라 한참 가게 문을 열어놓고 있을 시간인데도 2시간 교육에 참석률이 높다는 점도 자랑할 만 하다.
회의는 누군가가 주도해 ‘뭘 하자’가 아닌 서로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 ‘어떻게 해볼까’로 진행된다.
주민들 스스로 협정안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경관협정 체결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오 강사의 이야기처럼 주민주도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게 아닌데도 굉장히 적극적이다.
그 바탕에는 먼저 구성되었던 도란도란 공동체의 역할도 컸으리라. 자체재원 확보를 위한 회비 적립은 물론 최근까지도 매주 수요일을 화분 물 주는 날, 청소하는 날로 정해 꾸준히 모여 빈 건물 주변 정리도 하고 환경 개선에도 다함께 나서고 있다.
사실 주민들은 우체통거리로 각종 매스컴을 타기도 했지만 저작권 문제 등으로 외부의 지탄을 받으며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적도 있다.
한 주민은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취지가 왜곡돼서 아쉬웠지만 그 일을 계기로 주민들이 더 단합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폐우체통을 더 들여서 닦고 씻겨서 지역에 맞는 그림도 새로 그리고 경관협정으로 군산에서 앞서가는 모범사례가 되기 위해 우리 주민들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세요”라고 말했다.
또한 위원회 박순영 총무는 “경관협정은 얼마나 주민들이 많이 참여하는가, 그리고 관심이 없는 주민들을 다 추슬러서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 가 이것도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참여하는 위원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19일 교육을 마지막으로 이제 주민들은 경관협정안을 세운다. 지역에는 오폐수 분리, 우체통거리 진입 편리를 위한 도로 개선, 곱창골목 활성화, 주차 개선 등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경관위원회 심의를 거쳐 경관협정이 발효되는 절차 이외에도 이러한 문제들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고 유지 관리, 우체통거리 고유의 경관을 지켜나가는 과제가 이제 주민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스스로 정한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이 더욱 높은 만큼 앞으로 지역에서 새로운 사례로 주목받게 될 우체통거리가 기대된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