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오는 소식마다 절망적이고 어두운 내용들뿐이어서 도무지 힘이 나질 않습니다. 지금 같아서는 군산의 미래에서 희망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군산지역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모(41) 씨가 요즈음 군산에 살면서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지역의 주요 현안들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최근 군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얼마든지 한번쯤 해볼 수 있는 생각이다.
현재 군산지역은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지 3개월 째 접어들고, 이로 인한 실직 등 지역경제 충격이 이만저만 아닌데도 재가동 전망은 여전히 안개 국면이다.
시민 생명권과 직결되는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은 재정부족 및 경제성 논란에 휩싸여 부지 선정만 했을 뿐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 채 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다.
군산의 주력기업인 한국지엠 군산공장 마저 철수 위기설에 휘말려 군산조선소에 이어 지역경제가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도시 규모의 판단기준이자 성장 잠재력인 군산시 인구는 올들어 8월말까지 1704명이나 줄어드는 등 바닥 모르는 감소행진을 이어가면서 군산의 정주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원도심 지구 근대문화관광객 증가를 기반으로 올해 300만을 목표로 정한 군산시 관광객 역시 올들어 근대역사박물관의 유료 입장객이 현저히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어 그나마 기대했던 관광활성화 마저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처럼 군산의 주요 현안이 차질을 빚고 정주여건이 악화됨은 물론, 그 해법도 요원해 시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지역 내 팽배해진 절망감과 위축된 시민들의 심리를 안정시켜 줄 대안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군산의 주력 산업이던 조선, 자동차 업종의 위기감으로 인해 지역 산업생태계의 새로운 전략수립이 시급한데도 군산시 행정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어려울 때 시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심어줘야 할 행정은 소명의식이 부족한 몇몇 공직자들의 그릇된 행동과 처신으로 조직적인 망신살을 초래해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지역사회에 겹겹으로 불어 닥친 경제위기, 현안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의 선도적 역할과 위기극복을 위한 시민의지 결집 노력이 필요하지만, 군산시의회 등 정치권은 여야 정당별, 의원별 친소관계로 나뉘어 반목과 갈등이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해 곱지 않은 시선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야당 소속이 된 군산출신 지역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중앙 무대에서 정치적 위상 및 역량이 감소해 지역 현안 해결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시각도 비등해져 보다 가시적인 중앙활동은 물론 지역구 주민과의 소통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적, 정치적으로 지금의 군산은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는 형국이어서 시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군산시 행정과 정치권, 시의회의 공동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
채경석 새군산포럼 상임의장은 “지금의 군산은 위기만 있을 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정, 정치권 등의 태도는 무사안일하다”며 “군산시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시민들이 더 이상 절망하지 않도록 군산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만 군산경실련 집행위원장은 “군산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차질 현안들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산의 성장동력을 새로운 시각에서 새롭게 정립하는 한편 타 지역에 인식된 ‘반대 도시 군산’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지역사회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훈 기자 (iqto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