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의 돌연 태도 변화로 차질을 빚고 있는 군산전북대병원 건립 문제가 군산시민의 생명권 보호 및 공공기관 상호 신의성실 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북대병원 측이 자체 재정난 및 경제성 등을 이유로 군산병원 건립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룬 채 교수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키로 하는 등 군산시민들로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 지역사회에서는 전북대병원 측이 사정동에 군산병원 신축부지 까지 마련해 놓고 돌연 자체 타당성 조사를 시행해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이 어렵다는 입장을 취한데 이어,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는 구성원 설문조사를 시행키로 하자 사실상 군산병원 건립을 포기하기 위한 수순 밟기 일 수 있다는 강한 의구심과 불신감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에 대한 사업 주체 측의 이렇듯 애매모호한 입장이 지속되면서 당초 병원건립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온 노조 측이 군산병원 건립 반대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반면에, 군산시의회 등 군산 지역사회는 애초 계획대로 병원 건립을 차질 없이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등 양 측의 대립과 입장차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북대병원 노조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전북대병원은 즉각 이사회를 열어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에 대한 중단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전북대병원 이사회가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병원 경영상황을 고려하면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을 즉시 중단해야 하지만 소신 있는 결정을 못하고 ‘구성원 설문조사를 참조해 차기 이사회에서 결정’키로 하는 등 군산 정치권의 눈치보기 이사회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이사회 결정의 배경에는 국회의원과 시의회, 시장 등 군산지역 정치인들의 압력행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군산정치권은 군산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에 ‘남의 손을 빌어 코를 푸는 것’처럼 정부지원 확대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북대병원의 병원건립을 강요하는 방관적 태도를 버리고 군산시가 주체적으로 시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노조는 “군산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또 다른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것은 지역 정치권의 실적 쌓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이러한 성명서 발표는 앞으로 병원건립 관련 구성원 설문조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산시를 비롯한 시의회 등 군산 지역사회의 후속 대응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병원 건립의 중대 변수인 국비 지원액 상향(30→75%)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결정한 구성원 설문조사 결과 마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사실상 군산병원 건립을 위한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산시의회 박정희 의장은 이날 전북대병원 노조의 성명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장은 이날 군산미래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은 과거 전북대병원이 먼저 군산시에 제안해 추진한 사업인데, 이제 와서 병원 측이 사업에 소극적인 것은 군산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인 만큼 군산시나 시의회가 병원 건립을 촉구하는 것은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당연한 의무이자 정당한 활동일 뿐 압력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병원 건립을 위한 정당한 시의회 등의 활동을 압력이라고 표현한 것은 완전 허위사실로써 노조의 이러한 활동이야말로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을 막기 위해 오히려 정치권 등을 압박하기 위한 또다른 압력이다”며 “이러한 성명서에 대해서는 임시회 마지막날(24일)에 시의회 차원의 성명서를 통해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13일 임시회 5분발언을 통해 전북대병원 측의 군산병원 건립 지연을 강력히 질타한 김영일 시의원 역시 “군산시민의 생명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군산병원 건립 현안을 경제성 잣대만으로 들이대며 정치적 접근 내지는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인 채모 씨는 “군산전북대병원은 군산시와 병원 측이 상호 책임있는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서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할 현안이지, 이제 와서 설문조사를 실시하거나 ‘찬반 논쟁’을 할 사안은 아니다”며 “군산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은 지난 2010년 12월 군산시와 전북대병원 상호간의 이행협약 체결을 시작해 7년여 동안 지속 추진해온 사업이다”며 “군산시민의 병원 건립 의지 및 건립 당위성을 재확인 할 수 있도록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의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해 내달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군산전북대병원 건립 사업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 지 시민들의 첨예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정훈 기자 (iqto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