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대표적인 항일역사인 옥구농민항쟁을 기념하는 기념관 건립사업이 몇 년째 지지부진하다.(사진은 임피중학교에 세워진 기념비)
올해로 90주년을 맞은 옥구농민항쟁에 대해 기념관 건립 등을 통해 시민들과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에서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매년 11월 기념식을 열고 있기는 하지만 이외의 사업은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올해 90주년을 앞두고 계기 마련을 위해 2년 전인 2014년 12월 군산문화원 주최로 ‘일제강점기 옥구농민 소작쟁의에 대한 재인식 심포지엄’을 개최했으나 심포지엄에서 지적되었던 사항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현재까지 진전된 것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옥구농민항쟁으로 희생되었던 유족들의 후손과 지역에서는 항쟁을 기념할 수 있는 기념관 건립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지만 허공을 맴도는 메아리가 될 뿐이다.
후손 문병준 씨는 “7~8년 전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엽사 농장이 있었던 곳에 조성된 임피중학교에 부지를 마련하는 것과 관련해 몇 차례 논의를 하긴 했으나 더 이상 진전이 안 돼 후손 입장에서는 너무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임피중학교 측에서는 “몇 차례 그러한 의뢰가 있어 지난해 도교육청에서 조사도 나오고 김승환 교육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후 구체적인 기획이나 계획이 이뤄지지 않아 흐지부지 된 것으로 안다”며 “도교육청에서도 학생들에게 좋은 역사적 교육자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니 하루 빨리 구체적인 플랜이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군산대 김민영 교수는 “재작년 세미나했을 때 미리 서둘렀으면 올해 90주년에 맞춰 뭔가 성과가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며 “제주항일기념관, 안동독립운동기념관, 소안항일운동기념관 등이 이미 건립되었음을 감안할 때 우리 지역에서도 가칭 ‘옥구농민항일항쟁기념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제하 군산 옥구지역 일원의 일인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는 물론, 농민들의 생활 상태와 당시 농민운동 뿐 아니라 기타 사회운동 특히 노동운동 등과의 관련성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야하며 옥구소작쟁의와 관련된 역사문화 콘텐츠 등의 발굴과 향토사 교재 발간 및 탐방 프로그램 연계 등 다양한 활용방안의 강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해야한다”는 당위성만 무성할 뿐 군산시나 보훈청 등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뒷받침하지 않으면서 피로감만 쌓이고 “시가 동부권에는 관심이 없다”라는 불만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11월 3일 임피중학교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서는 부디 우리 고장의 선열들의 희생과 애국 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한편, 옥구농민항일항쟁은 지역 농민조합이 주도한 농민운동으로 일제의 식민 수탈 체제에 대항한 항일 농민운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는 쟁의에 참여한 소작농들이 경제적 투쟁을 넘어 민족의 자존과 독립을 위해 소작 쟁의를 진행시킨 것이다. 또한 농촌 사회 공동체 조직이 근간이 되어 쟁의가 전개된 점에서 1920년대 후반 전라북도 지역 농민 운동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