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학서 회장.
군산 최초의 피잣집으로 어린이날이나 졸업식 등 기념일이면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워너비 레스토랑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발렌타인 피자를 넘기고 군산우체국 맞은 편에 안경점을 연다고 하자 모든 지인들이 만류하고 나섰다.
사람들이 다 떠나고 상권이 죽어가는 거리에, 그것도 작은 가게도 아니고 대규모의 안경점을 한다고 하니 사실 “미쳤다”고 수근대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배학서 회장은 자신감이 있었다. “꼭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마진이 적든 많든 장사는 물건을 떼어 와서 가격을 붙여 파는 것이 기본인 만큼 손해 보는 일은 아닙니다. 손해와 이익의 결정은 주인이 얼마나 열의와 관심을 갖고 정성을 쏟느냐의 문제죠.”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 배학서 회장의 안경점은 건재할 뿐 아니라 소위 잘 나가고 있다.
이런 배 회장의 마음가짐은 도란도란공동체 운영에도 적용되고 있다.
각자의 재산권이 걸린 만큼 뜻을 하나로 모으기 힘들었지만 결국 90% 이상의 주민들이 도우리 활동에 찬성하고 힘을 보태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로에서 우체통거리로 들어갈 수 있는 진입로 확보를 위해 몇 년 째 대학로에 신호등 설치를 요구했지만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지만 배 회장과 임원들이 결국 이뤄냈다. 우체통거리 내 폐가로 방치되던 한 건물, 세 명의 건물주 중 한 명이 연락 두절돼 선뜻 관리가 어려웠지만 배 회장이 대안을 마련해 해결하며 결국 철거되고 경관이 확보됐다.
2015년 공동체를 설립하고 지난해 경관협정을 체결하며 올해 ‘군산시간여행 손편지축제’라는 주민주도의 재생사업을 본격 진행하기 까지 주민 노력이야 두말 할 것 없지만 그 중심에서 주민들을 하나로 모으고 이끌어온 배 회장의 열정이야말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쓴 소리도 약이 된다는 소신으로 비판을 흘려듣지 않고 경청하려 했고 모든 것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오픈했습니다. 무엇보다 임원들이 워낙 잘 도와줬죠. 앞으로도 시민이 한 명이라도 찾아올 수 있는 ‘와 보고 싶은 거리’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군산시간여행 손편지축제는-
손편지축제 개최를 알리는 포스터와 관내 한 대학에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을 모델로 만든 나만의 우표.
손글씨로 정성 들여 쓴 편지가 사라진 지 오래다. 애잔한 그리움과 진심을 담아 전달했던 그 시절의 향수을 돌이키고 추억을 회상하는 축제가 펼쳐진다.
시간여행의 도시 군산에서 도란도란우체통거리 주민들이 주도해 마련한 ‘제1회 군산시간여행 손편지 축제’가 오는 22일 금요일부터 23일 토요일까지 이틀간 군산우체통거리에서 펼쳐진다.
주 프로그램으로 군산에 유학 온 외국인 유학생 등이 참여해 한국어와 모국어로 손편지를 쓰고, 당일 찍은 자신의 사진을 우표로 만들어 바다 건너 모국에 부치는 행사가 진행된다.
또한 우체통거리의 새로운 명물이 될 가로등 점등식과 무용, 국악 등 다양한 거리공연도 열린다.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체험행사로는 우체부아저씨 체험, 우표전시회, 나만의 엽서 만들기, 1년 후에 받아보는 느린 편지 쓰기, 연예편지 전시회, 공예체험 등이 있다.
군산우체국에서 라복임 꽃집까지 차량을 통제하고 우체통거리 음식점들이 거리카페도 운영한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