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 신시도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고군산군도에 다리가 놓이고 관광객들이 물밀 듯이 방문하면서 각종 편의시설과 상업시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반면 고군산군도가 개발되면서 지역 곳곳에 분포하고 있는 생태환경 또한 훼손될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이에 지금이라도 지자체가 서둘러서 고군산군도의 생태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전수조사를 통해 생태지도를 작성하고 지역개발 시 이를 참조해 되도록 지역의 생태를 살리고 환경을 덜 파괴하는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경과 경제개발을 조화시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경제개발을 하자는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은 등장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응항 주변 해양체험편익시설 조성사업은 41억 여 원을 투입해 1.8km 길이의 산책로 조성, 전망쉼터·포토존·화장실 및 샤워장 등의 편의시설과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6년부터 진행돼 올해 마무리되는 사업으로 현재 해안가에 데크 산책로는 거의 조성이 끝났다.

문제는 산책로 중 일부가 이곳에서 자생하고 있던 희귀식물 군락지 위로 지나가면서 이들 식물의 자생지를 훼손했다는 것. 군락지 분포가 100㎡ 정도 그리 넓지 않지만 군산에서 이 지역에서만 유일하게 자생하고 있는 토종 식충식물 땅귀개와 이삭귀개, 그리고 여러 습지식물  등의 희귀식물의 자생지가 피해를 입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가 선행 된 후 산책로가 설계돼 이 군락지를 비껴나 약 5m 정도만 지점을 이동할 수 있었다면 산책로도 조성되고 희귀식물 군락지도 보존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사례들에서 드러났듯이 생태환경에 대한 조사 없이 이뤄진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과 사업 조정에 따른 예산 낭비 사례가 있었는가 되짚어 보면 예방책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군산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고군산 관광벨트를 지정해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해양생태형 관광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고군산군도의 경우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지 등 다양한 생태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이들 동식물들이 더 이상 서식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사람들과 최대한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군산시 환경정책과에서는 “지난해 5월 시행된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2021년까지 비오톱 지도 작성이 의무화돼 군산시에서도 내년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오톱(BIOTOPE)은 동식물의 서식지 영역을 의미하며 비오톱 지도는 도시 전역에 대한 생태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지도화해 도시계획수립에 활용하고자 작성하는 지도이다. 내년 예산이 확보된다해도 비오톱 지도 작성에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규모 개발계획이 선 고군산군도만이라도 먼저 생태환경 전수조사를 통해  개발계획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