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이 어느새 4개월을 넘어섰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코로나19는 가장 작은 사회인 우리네 가정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 가정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까지 모여 있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가정의 현주소를 돌아봤다.

#주부 차 모씨 댁, 코로나19 영향으로 노인회관과 노인정 등이 문을 닫고 개학이 연기되며 시어머니, 자녀 두 명과 함께 하루 종일 집에 머무르며 갈수록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터울이 길지 않은 아들 두 녀석은 사사건건 부딪치며 말싸움을 벌이는데다 일체 바깥 출입을 안 하시는 시어머니까지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남편 이 모씨에게 하소연을 해 보아도 시큰둥한 반응에 서운함만 가중됐다.

#회사원 박 모씨 댁. 코로나19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한창 팽배하던 때, 박 씨는 물론이고 자녀들까지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등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중에도 남편은 위생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회식에 술자리를 줄이지 않는 통에 부부싸움이 늘었다. 박 씨는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도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남편은 남편대로 과도한 반응이라며 소신을 꺾지 않아 의견차는 커져만 갔다. 

#자영업자 조 모씨 댁,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근래 들어 최악의 매상에 하루하루 사업장 문만 열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거창한 외식도 매년 드리던 현금도 생략하고 전화 한 통만 드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핑계로 부모님을 찾아뵌 지도 오래다. 전화라도 자주하라는 부모님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 그마저도 쉽지 않다.

출근, 개학, 여행, 문화생활, 모임 등 모든 사회생활이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을 받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정 안에서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다 많다. 아무래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면 잘 적응해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생기기 나름이다.

최근 등장한 ‘코로나 이혼’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특히 군산 지역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이 크다보니 갈등 원인의 많은 부분을 경제 문제가 차지하기도 했다.


아리울가족상담연구소 김희숙 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데 당연히 부부끼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족 내에서 정서적 거리두기까지 함께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힘든 상황일수록 서로 회피하고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가족 안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가까운 가족끼리는 심리정서적으로 다가가기가 오히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도 의무감이나 이벤트성으로 하루를 보내기 보다는 진정성을 담아 그날의 의미를 돌이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가정의 달이나 부부의 날, 가정의 날을 정한 부분은 각 역할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채워지지 않아 더 강조하기 위함이며 시간이 갈수록 가족의 형태가 더 다양해 지는 만큼 우리 사회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그동안 서로 배려하지 못하고 힘든 상황이라는 이유로 상대방보다는 나만 생각하기 급급했던 시간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정부의 권고 수칙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됐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되고 있고, 거리두기에 따른 시민들의 피로감과 경제침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세계에서 K방역을 칭찬하듯 우리 시민들 모두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이번 가정의 달을 맞아 마음가짐을 재정비하고 정서적 다가가기를 실천해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