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메카 우뚝

지난 2019년 10월 군산 명신공장(옛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군산은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메카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전격 폐쇄되면서 자동차 산업이 붕괴된 군산으로선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군산은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기반으로 국내 전기차산업의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명신 등 4개 완성차업체와 1개 부품업체는 2024년까지 모두 5171억원을 들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트럭·버스 등 전기차 24만 대를 생산하고 17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2019년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은 군산형 일자리의 핵심 기업이다. 오는 4월부터 대창모터스의 다니고 밴(VAN) 3000대를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2022년부터는 해외 3개 사의 전기 SUV 1만5000대 위탁생산에 들어가 2024년까지 20만여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사업 안정화 관건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안정화되기 위해선 선행돼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광주형 일자리 사례를 볼 때 지속 가능한 노사 협력 관계가 가장 관건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군산보다 앞서 사업이 추진됐지만 선정 이후 노사간 갈등이 계속되다가 올해서야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될 예정이다.

특히 군산형 일자리는 전국 최초 한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한 사업이다.

그만큼 일자리에 대한 근로자들의 절실함을 나타내주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군산시는 상생협의회 산하 갈등조정특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노사간 갈등을 봉합하고 상생 방향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밋빛 미래가 아닌 실현 가능한 임금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군산시와 전라북도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과 관련 전국 최초로 선진형 임금체계와 지역공동교섭, 노동이사제 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선진형 임금체계 구축은 전북지역 제조업 평균임금을 지향하고 기본급 비중을 80%로 높이며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북지역 제조업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임금부담을 덜 수 있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초과근무수당의 비중이 높은 현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장시간 노동을 피할 수 있다.

도내 제조업 평균 임금이 3300만원임을 고려할 때 군산형 일자리 근로자들의 연봉은 이 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공동교섭은 1차 공동교섭과 2차 기업별교섭으로 이뤄지는데, 전기차 클러스터 내 모든 기업 노사가 참여하는 상생협의회에서 1차 공동교섭이 진행된다. 1차 공동교섭에서 교섭 가이드라인을 논의한 후 각 기업 노사가 2차 기업별교섭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원·하청 노동자 간의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동시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것으로, 공동교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 복지기금’도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에 대해 일부 노동계가 ‘반값임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 판로 확보도 과제로 떠 오르고 있다.

이번에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중견·벤쳐기업으로 안정적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명신의 경우 당초 중국 전기차 업체인 바이톤사가 5만대 생산 계약을 체결했지만 경영난에 따른 보류된 바 있다.

또한, 자체 브랜드 개발도 필요하다.

전기차 생산은 부품 대부분을 외부에서 가져와 조립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OEM 방식으로 전기 완성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지역 내 투자와 고용이 이뤄지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3년부터 자체 모델을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는 명신의 경우 지역 부품·협력 업체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업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자동차융합기술원 관계자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노사민정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라며,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지역 산업생태계를 미래형 전기차 생산 구조로 개편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역량과 지혜를 결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군산형 일자리가 전기차 메카가 되기 위해선 현재 5개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부품·타 완성차 기업·배터리 부품 기업 등 클러스터가 구축돼야 한다”라며, “아무쪼록 군산형 일자리가 침체된 지역경제의 마중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