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비행장-군 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군소음법)이 제정·시행되면서 군산비행장 주변 주민들에 대한 본격적인 보상을 앞둔 가운데 해당 주민들이 국방부의 무성의한 보상대책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군당국이 지역 현실을 외면한 채 군소음법만을 적용해 획일적인 보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확한 소음피해 실태조사를 통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군산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 ‘군산비행장 소음영향도 조사결과 주민설명회’는 국방부의 보상대책을 비난하는 주민들의 성토장이 됐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국방부가 그동안 실시한 소음 측정 시기 및 장소에 대해서도 객관성이 결여됐다며 재측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옥서면 한 주민은 “국방부와 용역사가 소음피해를 측정한 시기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11월과 2021년 3월 두차례에 걸쳐 15개 지점에서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이 시기는 사실상 전투기 이착륙 활동이 적고 측정 지점 또한 활주로에서 떨어진 지점이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음 피해 규모(웨클)에 따라 1종, 2종, 3종 구분한 등고선에 대해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현재 설정한 등고선의 경우 비행장 반경을 중심으로 1종에서부터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3종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피해 보상을 위해 제정한 군소음법인만큼 거주지를 중심으로 1종, 2종, 3종 지역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주민은 “군소음법이 비행장 내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한 법이냐, 주민들을 위한 법이냐”라며, “주민들의 수십년간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군소음법인만큼 주민이 만족할 수 있도록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보상을 위한 등고선 설정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고창 미여도 사격장 대책위원장은 “국방부가 군소음법을 피해가려고 애매모호한 등고선을 제작했다”라며, “이미 비행장 주변 고도제한구역이 설정된 만큼 이를 토대로 소음피해지역 보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른 지역과 같이 전투기 이착륙시 소음도를 확인할 수 있는 상시측정기를 설치해 줄 것도 제안했다.
김일도 씨는 “제가 80년간 거주하면서 비행기 소음 때문에 목소리가 켜졌다”라며, “예전에 평택비행장을 방문했는데 상시측정기를 통해 주민들이 소음도를 확인했는데 군산은 수년간 설치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주민들은 정부의 보상대책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 주민은 “월 3만원 받자고 수십년간 비행장 소음을 인내해 왔는지 국방부에 묻고 싶다”라며,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확실한 데이터를 가지고 정확한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따졌다.
한안길 시의원은 주민들의 피해 보상에 대한 국방부의 사전 홍보 미흡과 형평성이 결여된 군소음법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한 의원은 “현재 민간비행장 소음피해 기준은 75웨클인 반면 군용비행장은 80웨클로 형평성이 맞지 않다”라며, “무엇보다 이의신청 기간이 10일까지인데 이를 알고 있는 주민들이 몇 명이나 되며, 불과 하루전인 오늘 주민설명회를 하고 내일 이의신청 마감하는게 과연 국방부가 주민들을 대하는 방식인가”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국방부는 군산시에 공문 한 장만 달랑 보내고 자기 역할을 다했다는 것은 평생 비행장 소음피해에 시달려 온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며, “지금이라도 등고선에 의한 피해보상이 아닌 행정구역(읍면리)에 의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외에도 소음피해 주민들을 위한 이주대책 수립과 측정 위치 조정 등의 요구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용역사 관계자는 “소음 측정시기와 지점은 최대한 비행장 여건을 반영해 객관적으로 이뤄졌다”라며, “등고선 또한, 소음배상법 배상시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어 법적으로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사전 홍보 미흡에 대해선 코로나19로 인해 주민들에게 일일이 홍보할 수 없어 군산시를 통해 진행하게 됐다”라며, “보상지역 확대 부분은 법령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서 이 자리에서 답변 드리긴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현재 소음대책지역 및 보상금 산정기준은 제1종 95웨클 이상일 경우 월 6만원(1인 기준), 제2종 90~94웨클은 월 4만5,000원, 제3종 85~89웨클은 월 3만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군산지역은 전체 2,175명 중 제3종은 1,737명, 제2종은 94명, 제1종은 162명이다. 또 제1~2종 경계와 제2~3종 경계는 각각 54명과 128명으로 나타났다.
군소음법 제정을 계기로 수십년간 전투기 소음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어 온 주민 보상의 단초가 마련됐지만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상이 이뤄지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