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효자손으로 7세 아들을 폭행했던 몹쓸 엄마였습니다”

군산보호관찰소(소장 이길복)에서 아동학대죄로 2년간 보호관찰을 받았던 엄마 A씨가 보호관찰관의 진정어린 노력에 힘입어 보호관찰을 마치고 무사히 가정으로 복귀한 사례가 알려져 주위에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A씨가 보호관찰을 마치며 최근 보내온 한 통의 편지에 법무부 직원들은 코끝이 찡했다.
 
A씨(39 미혼모)는 세 살 무렵 부모의 이혼과 방임 탓에 조모 슬하에서 양육되었다. 유일한 혈육이던 조모가 곧 사망하면서 돌봐주는 이 없이 고아로 자랐다. 15세에 가출한 그녀는 10여 년간 당구장, 피시방 등의 종업원으로 전국을 떠돌았다.
 
규칙도, 법도, 세상 물정도 모르는 데다 가정교육도 받지 못한 탓에 힘겨운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삶은 고단함 그 자체였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았다. 거친 사람들 사이에서 생존만을 위해 억척스럽게 살 수밖에 없던 그녀는 상해, 폭력, 사기 전과 4범의 범죄자가 되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범죄든 아니든 가리지 않고 생활하다보니 폭력 성향은 더욱 짙어갔다.
 
생존만을 위해 무분별한 생활을 하던 29세 때 신용불량의 미혼모 상태에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남아를 출산했다.

친척도 지인도 전혀 없었던 까닭에 적절한 양육 방법을 익힐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고, 단칸방과 미혼모 시설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힘겨운 생활을 견뎠다.
 
그녀는 법무부에 보내온 편지글을 통해 “이상한 남자 만나 원치 않게 미혼모로 아이까지 생겨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신용불량 상태에서 심신이 지칠 때로 지쳐 7세에 불과한 남아의 온몸을 효자손으로 체벌하거나 욕설을 일삼았고, 다혈질적이고 감정 기복도 심한 성향 탓에 아이가 자신의 의도대로 하지 않을 경우 고함을 지르며 심한 욕설을 했다.

아이가 자신의 ‘화장품을 만졌다’라는 이유만으로 체벌하는 등 아이의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 조절을 못한 채 신체를 폭행하거나 과격한 모습을 보이는 등 권위적이고, 감정적인 양육 태도를 보였다.

A씨는 결국 지난 2019년 10월 아동복지법위반죄(아동학대)로 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학대아동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보호관찰 하루 만에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어기고, 보호시설에 분리되었던 아이에게 다가가 겨울 파카와 부츠 1개를 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녀의 보호관찰을 맡았던 당시 보호관찰관 양지혜 주무관은 A씨가 폭력성을 인식하지 못하는데다, 신용불량 상태, 불안정한 주거지, 근로의지 미약, 정서불안, 분노조절장애, 보호관찰관에 대한 거부적인 태도 등을 표출하는 등 사회적 고립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파악했다.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극심한 거부감을 보였지만, 심층면담과 현지출장 등의 면담 과정에서 유독 아이에게 강한 애착심을 보이는 점을 주목하고 이에 적합한 처우 계획을 수립한 후 보호관찰을 진행했다.
 
또한, 부모는 자녀의 거울임을 인식시키면서 엄마가 변해야 아이도 변하고, 분리된 아동과의 재결합을 위해서는 기존 생활방식과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지속적인 설득을 시도했다.

피해아동을 위한 ‘안정된 주거지’, 폭력적인 ‘양육태도 개선’, 경제적 안정을 위한 ‘직업훈련과 취업’이 필수조건임을 강조하면서 A씨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정성어린 노력에 힘입어 ‘보호관찰관과 대상자’라는 수직관계가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서로 공감대가 싹트기 시작했고, 방어적인 A씨의 태도도 부드러워지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것.
 

보호관찰을 마치고 A씨가 보내온 편지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의 도움으로 허그일자리 프로그램이라는 직업훈련을 받도록 하고,  대인관계에서 소극적, 기피적인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해 군산보호관찰소 보호관찰위원협의회는 자녀양육 경험이 풍부한 주부와 상담전문가 중심의 써클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양육태도 개선 및 인간관계 훈련으로 사회적 지지체계를 새롭게 재형성하도록 도움을 줬다.

A씨는 편지에서 “보호관찰관과 상담하면서 인간관계법도 저절로 습득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공감하는 법, 생활하면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법, 보통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배우게 되어 생활에 응용하고 접목하다 보니 사회생활이 편해지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에서는 주택 지원을 결정하고, 여러 독지가들은 이사비 지원, 취업 알선 등 도움의 손길도 제공했다.

보호관찰소와 유관기관 등의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면서 A씨는 아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과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고,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반듯한 사회구성원의 대열에 들어섰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난 8월에는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어야 학대 아동을 원가정에 복귀시키던 아동복지소위원회의 전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피해아동의 원가정 조기 복귀 결정'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아동복지소위원회 조사관들이 A씨의 가정환경조사 및 심리검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양육의지 및 태도 개선, 우울감 해소 등 긍정적 정서 변화, 주거 안정, 꾸준한 경제적 활동, 학대아동이 원가정 복귀 희망 등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내린 결과이다.

A씨는 “그토록 그리던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게돼 행복하다”며 “진정어린 마음으로 대해준 보호관찰관의 그동안 노고에 깊이 감사하고, 앞으로 아이를 위하여 변화된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호관찰 2년 동안 참 많은 게 바뀌었고, 나 자신도 자라서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며 “나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아이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엄마로 열심히 살겠다”라는 다짐을 편지에 담았다.

A씨를 담당한 보호관찰관 양지혜 주무관은 “처음부터 대상자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지지해준 보호관찰관, 아동 분리라는 절망 끝 상황에서도 진짜 엄마가 되고 싶었던 대상자의 간절함이 모여서 한 가정을 온전히 지켜내는 결실로 이어져 큰 보람을 느낀다”며 “A씨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씻어내고 아이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군산보호관찰소 이길복 소장은 “아동학대 사건은 경미한 사건이라도 중대범죄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사례를 접하며 평소 업무에 대한 열정과 인권보호 의식이 가슴에 녹아 있음을 느낀다”는 말로 직원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