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신문 ‘실비단 하늘’의 주역들이 10주년을 맞아 카메라 앞에 섰다.
여기 새로운 소식을 빠르게 전하는데 몰입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전해야하는 것들을 소소하게 담아내는 신문이 있다.
신문 대부분이 특종과 사회비판적 목소리에 급급하기 마련인데 이 신문에는 불편한 몸으로 찍어 흔들린 사진이 실리기도 하고, “문희 언니 고마워요. 언니가 가져온 고기 잘 먹었어요. 내가 따뜻한 칼국수 살게요.”와 같은 짧은 글이 게재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수준 낮은 신문으로의 오해는 금물이다. 벌써 10년의 역사를 이어온 저력이 4면에 오롯이 꽉 찼다. 바로 지역주민과 함께 만드는 마을 신문 ‘실비단 하늘’ 이야기다.
‘실비단 하늘’이라는 제호는 비단처럼 고운 하늘을 말하는 것으로, 김영랑 시인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의 시구에서 따 왔다. 따뜻한 마음 한 조각들이 모여 엮은 비단은 생각만해도 포근하고 부드럽기가 그지없을 듯하다.
마을신문 ‘실비단 하늘’이 지난해 말 발행 10주년을 맞았다. 처음 군산나운종합사회복지관 특화사업으로 시작, 분기별로 발행해 벌써 43호까지 선보였다.
학생 시절 문학소녀를 꿈꿨던 기자부터 마을 주민은 아니지만 취지가 좋아 합류한 기자, 신문을 자꾸 접하다보니 좋아져 기자단까지 합류하게 되었다는 기자들 7명과 복지관 김혜지 사회복지사가 ‘실비단 하늘’의 ‘어벤저스’이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거나 기자 경력이 있지는 않지만 따뜻한 마음 한 조각 나누고자 하는 정과 마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누구보다 전문가이다.
발행 과정은 여느 신문사나 비슷하다. 직장인 기자를 배려해 주로 금요일 오후 편집회의를 시작해 서로 근황도 나누고 도중에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취재거리도 정한다. ‘근황부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땐 어김없이 기자단의 든든한 조종사 심도전 편집국장이 다시 주제를 돌리곤 한다. 심 국장의 단골멘트 중 하나는 “지난 호도 그렇고 제발 마감 좀 지켜달라”이다. 두 달에 걸쳐 신문을 만들면 마을 인근 상점 등 30여 곳에 직접 배포도 한다.
“하면 할수록 재밌고, 사람 만나는 것들이 좋아요. 주민 분들이 먼저 알아봐주시기도 하고… . 글자를 모르시는 분들이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며 피드백을 해주실 때나, 마을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은데 신문을 통해 마을 소식을 구석구석 알 수 있어 좋다고 말씀해주실 때 감사하죠. 그래도 가끔 잘난 척 한다는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말 새겨듣고 내가 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죠. 마을이라 이야기가 없을 것 같지만 소재가 어찌나 무궁무진한 지… ”
신문 발행 후 소감을 묻자 다양한 답변이 쏟아진다.
김혜지 사회복지사 겸 기자는 “저도 합류한지는 얼마 안 돼 지난 1호부터 43호까지 그동안 발행된 신문을 읽어봤는데 가슴이 뭉클해지고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우리 신문의 강점은 그런 것 같아요. 거창한 수식어나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어도 한글자 한글자에 담겨진 진심이요.”
언론개혁이니, 가짜 뉴스, 기레기라는 말이 흥건한 요즘, 차근차근 10년을 걸어온 <실비단 마을>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이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