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지킴이7 - 우만컴퍼니 김나은 대표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 사건이 우리나라 성매매 특별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었다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이 사건 이후 ‘여성’이라는 주제가 금기시되고 여성 담론이 오히려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군산에서 ‘페미니즘 문화’를 표방하며 여성영화제를 주최하고 페미니즘 캠프를 여는 등 여성을 부각하고 여성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장을 펼쳐나가고 있는 당찬 이가 최근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바로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우만컴퍼니>라는 1인 기획사이자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나은 대표이다. ‘우만(WUMAN)’은 '우리가 만났을 때‘의 준말이자 ’헛헛하고 덧없다‘는 뜻의 순우리말이기도 하다.
군산에 이주해 온지는 5년 가까이 됐다. 군산에는 먼저 이사 온 엄마가 계셨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을 만나기 위해 ‘페미니즘 영화 독서 모임’을 모집해 꾸렸다.
“내 삶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게 뭘까 생각했을 때 아무런 의구심도 없이 떠오르는 게 ‘여성’이라는 정체성이였어요. 여성으로서 직면하는 문제, 인간 김나은이 아니라 여성 김나은이기 때문에 제한받는 규제들과 일상에서 계속 부딪치면서, 아 이 답답함은 뭐지. 더 알아보게 되고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여성 영화를 보고 싶었고, 군산에서 상영을 안하니까 그럼 내가 직접 영화감독을 초청하고 영화를 상영해볼까”
그렇게 영화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의 배꽃나래 감독을 시작으로 강유가람 감독, 조은 감독 등을 초청한 gv상영회를 열었다.
“군산에 초청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감독님들이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다들 흥미있어 하시고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의미있다며 기특히 봐주시기도 하고 감사하죠.”
중소도시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강연회. 여성 스포츠 모임 구성과 활동, 환경 프로젝트, 거기다 여성 청소년 방만들어주기와 여성단체 기부까지 이런 왕성한 활동의 원동력은 뭘까?
“제가 되게 단순한 편이거든요. 좋게 말하면 추진력이 좋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이제 앞뒤 안 가리는 스타일, 그냥 쉽게 생각했어요. 해보고 싶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20대 때는 되게 염세주의자였는데 ‘우만’ 일을 하면서 그냥 즐겁다, 살아있다 이런 느낌이 들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세상에 크게, 아주 유의미한 어떤 활동이 될 거야라는 기대보다는 저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게 크죠”
한해 두해 지나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나누고 소통하면서 점차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의 노년’에 대한 관심에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김영옥 대표 초청 강연을 열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힘든 것은 없고 무언가를 이야기하려고 할 때 어느 지점까지 해야 하는 고민은 있어요. 1부터 10까지 중 어느 지점까지 이야기를 해야 더욱 소통이 잘 되고 이해가 잘 될까 하는 부분? 그래서 여성들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스스럼 없이 자신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그런 기회. 언젠가 그런 날이 왔을 때 내가 우만을 잘 키워왔구나 이럴 수 있겠죠. ”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