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응항 번영회가 군산시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비응항 활성화를 강력하게 주문한 바 있다. 국내 최초 다기능 관광어항으로 개발된 비응항은 당초 장밋빛 기대와 달리 겉잡을 수 없이 침체의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다. 

내항의 매몰로 대체어항 필요에 의해 추진된 비응항은 수익형 민자사업(BTO)방식으로 개발됐다. 민간 사업자가 자본을 조달해 그동안 정부가 맡아온 사회기반시설을 조성하고 일정 기간 시설관리운영권을 행사하며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민자로 개발된 어항으로서의 한계점 속에 바가지 상권이라는 오명 속에 시민은 물론 관광객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비응항을 조명해본다. 

 ■​ 해수 공급 안정화와 자정노력 함께 

“보증금도 못 챙기고 쫓겨났어요. 비응항은 쳐다도 보기 싫어요. 몇십년 장사하면서 추석 대목에 100만 원도 못 버는 곳 처음 겪었어요. 그 어려운 코로나 상황에서도 장사는 죽어라 안 되는데 월세 몇 백만원에서 하나도 안 깎아주지 정말 비응항은 생각도 하기 싫어요.”

“비응항을 살려보고자 유스호스텔이니 뭐니 해보려고 해도 도시계획상 용도변경이 안 된다고 하고 상인들 거주할 수 있는 집조차 못 짓게 하지 뭘 해볼 수가 없습니다. 군산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였어요. 상인이고 건물주고 다 죽어가는데 시는 대책은 없고 규제만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응항을 조성한 지 15년이 흘렀다. 처음 기대와 달리 현재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수산시장 내 개별점포를 포함해 약 1000여 곳에 달하는 상가 중 현재는 약 10% 정도만 겨우 문을 열고 있다. 가장 큰 수산시장인 ‘새만금수산시장’에는 4명의 상인만이 남았고, 맞은편 모 수산시장도 텅텅 비었다. 비응항 준공 후 아예 상가가 한 번도 입점하지 않은 건물도 여러 채다. 관광객들은 비응항에는 들르지도 않고 선유도로 발길을 다 돌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가지 요금’이라는 인식이다. 군산 시민은 물론이고 외지인들까지 비응항은 바가지 요금을 씌운다는 인식이 뿌리 깊어 비응항을 외면하고 있다. 

상인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응항 내에 거주구역이 없어 일할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지면서 인건비는 비싸고 시내에 비해 월세 또한 턱없이 비싸다는 것. 게다가 대부분이 횟집인 상황에서 ‘수족관용 물값’이 종량제가 아닌 정해진 기준만큼 물을 쓰지 않아도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정액제로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상인은 “아무리 고기를 많이 잡아도 해수 사용료가 수도요금의 10배가 더 넘어 바닷물을 마음껏 틀어 놓을 대형 수족관이 없다. 여기서 잡은 고기들이 다 인천이나 대천으로 가고, 거기서 도매가 이뤄져서 그 고기가 다시 군산으로 가져오는 상황이니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물 수질과 온도를 맞춰 잡은 고기들이 여기서 유통되게 하려면 비응항의 독과점적인 해수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수 공급업체 측에서는 “해수부가 비응항이 활성화되면 바로 인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미루고 있어 우리도 답답하고, 수용가가 절반 이상 줄어 적자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많은 돈을 들여 어마어마한 공급시설과 정화시설을 갖추고 전국 최고의 해수를 공급한 우리로서는 정말 운영을 그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한 번 뿌리 박힌 인식을 바꿀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상인들은 군산시가 해수공급권을 인수받든지 다른 관로를 설치해 해수를 직접 공급해주기를 건의하고 있지만 군산시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운영관리가 끝나는 2037년 이후에는 모르겠지만 현재 군산시가 직접 관리권을 인수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비응항에서 해수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협이 인수해서 공급·관리하는 방안이 가장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수협에서도 경제성이 맞지 않아 시도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해수 공급이 안정화된다해서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힌 비응항 침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를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비응항 한 상인은 “해수값보다는 일부 상인들이 저울을 속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고리를 이용해 바구니무게를 더하거나 아예 저울을 조작하기도 하는데 소비자들이 그걸 눈치챈다는 게 문제다”라며 “뜨내기 상인들이 물을 흐리고 있는데 군산시가 왜 단속을 적극적으로 안 하고 방치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군산시나 시의회에 활성화대책을 요구하는 것과 함께 상인들 스스로도 바가지 요금이라는 인식을 하루빨리 털어버리기 위해 뼈를 깎는 자정 노력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마파지길 비응항 상권 연계하고 축제 열어 관광객 유인

“새만금방조제 처음 개통하고 새넘이 축제하고 했을 때는 사람들 좀 있었죠. 지금은 축제도 없고 관광어항이라고는 하지만 뭐 관광할 게 있어야죠. 숙박시설은 모텔 밖에 없고 해수욕장도 개발한다한다 하더니 못 하고 사람들이 비응항에 머무르고 싶어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어요.”

비응항은 전국 최초의 다기능 관광어항으로 개발됐다. 어항 기능은 물론 관광과 수산업 활성화 기능까지 갖춘 어항으로 기대가 높았다. 민자 개발로 배후부지 절반은 상업용지로 이뤄졌다. 상업용지에는 근린생활시설，식음시설，일반업무시설，판매시설, 숙박 및 위락시설，관광숙박시설 등이 포함됐으며, 식음시설부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최근 비응항 상인들은 비응항 활성화를 위해 전체 상업지구 전환 등 지구단위 계획 변경과 조정을 요구했다. 비응항 개발 민간사업자인 (주)피셔리나 관계자 또한 침체되는 비응항을 살리고자 한국해양소년단 등과 협의를 마치고 법인까지 만들어 토지와 건물을 준비하고 유스호스텔로 조성하고 관광인구를 유인하고자 노력했지만 층수 제한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고 성토했다. 

군산시에서는 “이미 비응항 배후부지는 다양한 용도로 부지들이 이뤄졌는데 일부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다른 용도로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지구단위계획이 30년 단위로 세워지는데 지금 비응항만 변경하는 것은 특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혜 언급에 대해서는 시가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며 내세우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통신과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빅데이터로 지역별 관광현황을 분석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비응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 간 외지인이 가장 많이 언급된 인기관광지이다. 

또한 도내에서 가장 많은 관광인구가 찾는 선유도를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군산의 얼굴이며 지역 수산물에 대한 바가지 오명이 비롯된 곳으로 군산 전체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이를 탈피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이 대안으로 마파지길이 떠오르고 있다. 마파지길은 옛부터 비응도 주민들이 ‘마파람(남풍)’을 받는 자리’라는 뜻에서 ‘마파지’라고 불렀던 곳에 조성된 1.8km의 산책로이다. 

비응도 공원의 초록 나무를 배경으로 파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데크가 설치되어 있으며,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시원하고 상쾌함을 전해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쉬운 점은 마파지길을 방문하는 시민이나 관광객이 비응항 상권에 들르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마파지길과 비응항 상권을 연계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비응항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저번호에 다루었던 것처럼 바가지 오명을 먼저 벗기 위해서 상인과 주민들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상인회 등에서 꾸준히 상인 인식 개선과 교육을 실시하고 대외적으로 캠페인과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비응항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점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 

상인들의 노력이 이뤄지고 시에서도 마파지길 연계방안을 구상해 축제 등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도록 함께 전향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