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남북도로, 동서도로 교차 지점

정부의 새만금 예산 삭감에 이어 새만금 기본계획 재검토 방침에 대해 군산시민을 비롯한 전북도민들의 반발이 확산하면서 향후 새만금 문제 처리 여부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및 지지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도민들에게 ‘잼버리 파행 책임 전가 및 새만금 홀대’로 인식되고 있는 새만금 예산삭감과 기본계획 재검토에 대해 정부는 잼버리 파행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으나 잼버리 이후 불거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도민들의 대 정부 정서는 매우 싸늘하다 못해 곳곳의 강력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청장 김경안)은 8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잼버리대회와 관계없이 이전부터 현 정부 들어 급변한 새만금 투자여건과 실적을 반영하여 기본계획을 재수립하기 위해 예산 확보 절차를 이미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새만금청은 지난 5월 31일까지 예산요구서에 새만금 기본계획의 발전적 재수립 예산을 이미 포함해 소관 부서에 제출한데 이어,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협의와 노력 끝에 2024년도 정부예산안에 재수립 용역예산 15억원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윤석열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과 전북경제 살리기에 ‘진심’인 정부로 새만금청 개청 이후 9년간 민간투자액의 약 4배인 6조 6천억원의 민간 투자를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뤄냈다고 공(功)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이러한 의지가 ‘새만금국제투자진흥지구 개발’ 국정과제 반영과 기업들에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투자진흥지구 지정, 이차전지특화단지 지정 등 인센티브와 남북도로 조기개통 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이번 기본계획 재수립도 새만금을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의 전초기지로 한 단계 격상시키려는 현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는 입장이다.

큰 틀에서 기업이 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펼쳐 새만금이 국가와 전북경제에 활력소가 되도록 기업 친화적인 공간계획과 토지이용계획을 다시 짜고, 원스톱 기업 지원체계 구축 등 기업을 핵심키워드로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겠다는 구상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본계획 재수립 전이라도 산업단지 입주기업은 물론 새로운 민간투자를 차질 없이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을 아낌없이 더욱 강렬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군산시민을 비롯한 전북도민들은 새만금개발청의 이러한 입장을 신뢰하기보다는, 잼버리 파행 책임 보복 조치로 여기는 ‘전북 민심 수습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새만금청이 밝힌 것처럼 정부가 새만금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더욱 큰 개발 밑그림을 그리고자 했다면, 잼버리 파행 전후를 불문하고 새만금위원회나 전북도민들에게 정부의 새만금 지원 의지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는 합리적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정부와 여당은 새만금청이 강조한 대로 새만금에 대한 현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알리기는 커녕, 잼버리 파행사태 이후 그 책임을 전북도에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데 이어, 더욱 공교롭게도 새만금 예산의 78%를 칼질한 것도 모자라 새만금기본계획을 재수립하겠다는 방침까지 공식화 하면서 전북도민들의 민심을 자극했다.

뒤늦게 새만금개발청이 잼버리 파행과 무관하다며 현 정부의 새만금 지원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으나, 이것 만으로 이미 빠르게 번질 대로 번진 전북 도민들의 대정부 불신과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새만금 예산삭감 등으로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삭감된 새만금 예산 등을 국회 심의 단계에서 되살리고,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에 전북도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서 군산 지역은 당시 윤석열 후보에 15.55%, 전북지역은 14.42%의 지지를 보냈다. 

이는 군산지역에서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얻은 득표율 15.19%를 경신한 지지율이다.

이번 새만금 사태를 지켜보면서 정부와 여권이 전북도민들에게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먼 산 바라보듯 해서는 안 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잼버리 이후 정부의 ‘새만금 보복’이라는 도민들의 인식이, 잘못 알려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신속히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반면에 새만금청 말대로 새만금 예산삭감 등 일련의 조치가 새만금을 더욱 지원하기 위한 정부 의지가 확실하다면 삭감 예산 부활 등 전북도민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조속히 결과물을 내놓으면 될 일이다.

전북도민들의 희망인 새만금 개발을 놓고 더 이상 정부와 전북도, 여 야 정치권이 대립하고 소모적 갈등을 키우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