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산지역에서 발생한 살해사건과 관련해 최근 법원 민사재판부가 진술과 간접증거만으로 범죄행위를 판단해 향후 형사사건 처리 여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군산판 오제이심슨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3년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촌동 모 건설회사 옥외주차장에서 승용차와 함께 불에 탄 ‘O'씨의 시신이 발견됐고, 당시 군산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숨진 O씨가 화재 발생 전 심장파열 등으로 화재 발생 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후 경찰은 O씨의 주변 인물에 대한 탐문수사를 벌이던 중 아내 H씨(43)가 사건 발생 이틀 전 친정집에 다녀 온다고 한 뒤 연락이 두절됐고, 또한 남편 O씨와의 불화, 내연남이 있던 것으로 미뤄 보험금을 노린 범죄에 초첨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경찰은 아내 H씨의 내연남으로부터 O씨를 살해했다는 진술 확보는 물론 화재에 사용된 경유통을 발견했지만 살해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자백이나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해 결국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되면서 미궁에 빠졌다.

 사건 발생 2년 뒤 아내 H씨는 남편 이름으로 가입된 보험과 관련해 민간보험사 두 곳, 우체국 보험과 관련해서는 국가를 상대로 모두 1억3300만원의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

 H씨는 1심에서 조정을 통해 보험사 한 곳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고, 나머지 보험사에서는 3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지난 1일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이인복)는 “원고가 고의로 남편을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사건에서 원고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판단으로 기소하지 못했지만 민사사건에서는 간접증거와 사건 당시 정황을 종합한 합리적 추론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사건 당시 남편과의 불화, 내연남의 존재, 남편 살해의사를 밝힌 점 등을 보면 원고가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