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지난 12일 군산의 대표적 새벽시장인 일명 ‘도깨비 시장’을 찾았다.
동이 트기 전 새벽 6시. 곳곳에 행상을 짊어멘 할머니를 비롯해 도·소매상, 구경꾼, 손님들로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손에는 추석을 앞두고 시금치, 숙주, 도라지 등 채소를 비롯해 생선, 과일 등 그 종류만도 50여가지 넘는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같은 도깨비 시장은 쉬는 날이 없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나 그렇듯 싱싱하고 값싼 물건들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거래가 시작되자 곳곳에는 고성과 함께 흥정을 위한 실랑이, 리어카로 부지런히 물건을 실어나르는 사람, 싼 값에 좋은 물건을 확보한 사람들의 웃음으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처럼 도깨비 시장이 당초 군산역 이전에 따른 상권 축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루 유동인구가 3천여명일 정도로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더욱이 대명동 일대까지 상권이 넓혀지면서 재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오전 6시5분 익산발 군산행 특정 통일호를 타고 도깨비 시장을 찾던 꾸부정 할머니들이 이젠 버스를 이용해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린 할머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자 달리기와 몸싸움을 불사하고 있으며, 이같은 이유는 자리에 따라 그날 벌이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임피에서 왔다는 김순임(72) 할머니는 “아침 버스 첫 차로 왔지만 벌써 좋은 자리는 뺏기고 없어”라며, “힘들지만 자식들에게 손 벌리질 않아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도깨비 시장도 경기침체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예전이면 행상 할머니가 100여명에 불과했는데 최근에는 3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귀뜸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30여년째 도깨비 시장에서 행상을 해 자식들 대학도 보내고 공부시켰어”라며, “언제나 그렇듯 여기오면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 좋아”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런 도깨비시장도 오전 8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이 정리돼 내일 새벽을 기다린다.
우리네 삶과 애환을 그대로 간직한 도깨비 시장의 추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한정근 기자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