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명동 이성당 앞 두 겹, 세 겹으로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뒤로 하고 4차선 도로를 건너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2~3층으로 야트막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지만 대부분 건물 유리창에는 ‘임대’ 딱지가 붙어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극명하게 환경이 바뀌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을 듯 싶다.

한해 두해 일은 아니다. 도심 중심지가 나운동으로, 수송동으로, 다시 조촌동으로 이동하는 동안 중앙동 옛 군산초부터 옛 군산경찰서 앞 까지 이 거리 또한 점차 임대 딱지가 늘어간 것이다. 지금도 저녁 6~7시만 되면 적막만이 감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남아 있는 상인과 주민들 사이에 ‘뭐든 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마침 지난해 국토부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에 공모해 최종 선정됐다.

사업은 ‘장미동 오시요거리’라는 주제로 중앙로 1가와 죽성로 가구거리 일원에 3억 8200만 원을 투자해 경관을 개선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콘텐츠를 개발해 지역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상가 앞 인도에 특색을 입히고 거리 전체를 조명하는 벽화 경관, 유휴지 내 휴식공간 조성, LED 경관조명 설치, 거리축제와 포토존 설치 등의 사업이 펼쳐질 계획이다.

‘오시요’는 ‘오늘 시내에서 만나요’의 줄임말로 1990년 대 말까지만 해도 군산의 시내였던 이 곳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자는 의미에서 지었다. 주민협의체 이름도 오시요주민공동체(회장 김용민)이다.

사업 테마는 죽어가는 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과 관광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재밌는 거리’로 정했다.

아직은 추상적이지만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그동안 잠시 멈췄던 사업들에 다시 시동이 걸렸고 도시재생대학이 열려 주민역량강화에 나선 만큼 예술가, 주민들, 활동가들의 활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현재 비어있는 상가를 청년들에게 임대하는 활용토록 하자는 군산대학교와의 논의가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김용민 공동체 회장은 “이성당에서 이쪽으로 걸어오시는 관광객들이 ‘여기는 왜 이러냐’ ‘거리가 무섭고 오기 싫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마다 너무 속상했고 하나둘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며 “이번 사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순식간에 거리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시민들이 지켜봐주시고 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매년 수많은 예산을 들여도 전혀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지역이 있고, 예산은 적어도 주민들이 하나로 마음을 모아 전국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우체통거리와 같은 지역이 있다. 가장 번성했던 지역에서 지금은 가장 쇠퇴한 지역으로 침체의 기로를 걷고 있는 오시오 거리 역시 그 성패는 지역의 특색을 어떻게 버무리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임대, 임대, 임대, 임대 딱지 연속이던 그 곳이 알록달록한 거리경관으로 형형색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바뀌어 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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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2020년 5월 27일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