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는 축제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있다.

전북 대표 축제인 김제 지평선 축제나 남원 춘향제는 각각 벽골제와 고전 소설 춘향전이 배경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곧 문화원형이 되는 것이다.

실례로 김제 지평선 축제는 벽골제를 문화원형으로 삼고 있다.

벽골제는 사실 현장에 가보면 별 볼일 없는 그저 허름한 고대 수리시설이다. 물론 남아 있는 유물도 수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벽골제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 수리시설, 단야낭자 설화, 장보고 유민 이주 등 벽골제를 중심으로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의 귀결점은 김제 지역의 농경문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벽골제로 상징되는 농경문화가 김제 지평선 축제의 문화원형인 것이다.

성공한 축제로 평가되는 보령의 머드축제, 안동국제탈춤축제, 금산인삼축제, 천안흥타령 등은 각각 지역의 자연환경과 지역설화 등 문화원형을 배경으로 기획된 축제들이다.

군산시는 올해부터 매년 개최해 오던 벚꽃예술제 명칭을 군산새만금축제로 변경했다.

새만금으로 상징되는 군산의 희망을 축제에 담아 보겠다는 의지표현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지 표현은 말 그대로 의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군산시가 벚꽃예술제를 새만금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름변경에 그치지 말고 김제와 부안 그리고 군산을 아우를 수 있는 문화원형 발굴과 연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새만금 문화에 대한 문화원형을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만금 권역인 고군산 군도는 최치원 이라는 문화원형이 있다.

최치원이 새만금 지역의 문화원형으로 이야기 될 수 있는 강력한 힘은 무엇보다도 출생지가 옥구라는 사실이다.

최치원의 고향이 옥구라는 것은 서유구(1764~1845)가 편집한  교인계원필경에 기록되어 있다.

물론 최치원의 출생에 대한 다른 기록도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는 최치원을 경주사람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혼선에 대해 이규경(1788~?   )은 ‘최치원이 옥구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경주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최씨 성의 발상지가 경주이기 때문이다’고 정리 했다.

결론적으로 최치원의 고향은 옥구이며 본관은 경주이다.

최치원이 옥구 출신이라는 사실은 설화와 지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치원의 출생지가 옥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설화가 금돈굴 설화이다.

금돼지 설화는 내초도와 선유도에 분포하고 있다. 내초도는 간척으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나 선유도는 남악리 뒤편에 금도치굴로 불리는 굴이 지금도 남아 있다.

최치원과 관련된 지명은 군데군데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시도 월영산이다. 어릴적 최치원이 월영산에 올라 글을 읽으면 글 읽는 소리가 중국까지 들렸다는 설화가 숨 쉬는 곳이다.

월영산은 원래 행정구역상 문창현 심리(深里)다. 深里는 깊은 깊은 바다에 숨은 최치원의 뜻이라는 의미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대각산 역시 최치원이 이곳에서 대각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문창은 1023년 고려 현종때 최치원에게 내린 시호 문창후에서 나온 말이다.
 
최치원에게 내린 시호가 옥구 지역에서 지명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최치원과 옥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당시 이 지역 사람들이 왕이 고향 출신 최치원에게 내린 시호를 자기 동네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다.

문창은 지금도 문창초등학교에서 학교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치원과 관련된 설화나 유적 등은 영남과 호남지역에 산재해 있다.

영남지역은 경주의 상서장과 독서당, 마산의 월영대와 고운대, 부산 해운대, 함양의 상림과 학사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가야산은 최치원이 은둔해 신선이 되었다는 설화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호남지역에는 군산을 비롯해 정읍, 김제, 순창, 익산 전남의 신안과 광산에 있다.

하지만 다양한 최치원 관련 유적과 설화 중에서 출생과 관련된 곳은 군산이 유일하다.

한국 유학의 시조로 불리면서 다른 한편으론 선도 대사상가인 최치원의 고향이 군산이라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수많은 이야기가 있으며 이러한 이야기는 군산문화의 원형으로 개발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최치원은 산라 화랑 난랑의 비에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나 풍류라 한다’는 글귀를 남겼다. 최치원이 말한  풍류는 선도사상을 말한다. 새만금 지역에는 최치원이 말한 선도사상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