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도시이든 이름 모를 산골이든 저마다 전설과 예언 또는 설화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전설이 수 백 년이 흘러도 전해 내려오는 것은 전설 속에  지역 사람들의 염원이 깃들여 졌기 때문일 것이다.

시쳇말로 지역 숙원사업이 전설 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군산 역시 타 지역처럼 예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 오고 있는 것이 있다.

최치원의 비결, 퇴조 300리 전설 그리고 강증산의 예언이다.

최치원의 비결은 자천대가 있던 선연리 계곡에 최치원이 쓰고 돌함에 감춰 놓았다.

비결(祕訣)은 말 그대로 남이 봐서는 안 될 내용이어서 지금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최치원이라는 대학자가 미래를 예언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다가 택리지에 기록됐다.

택리지는 1751년 이중환이 쓴 조선 지리서로 근대 학국의 지리학과 사회학에 지대한 영향을 준책이다.

최치원의 비결이 택리지에 기록되었다는 것은 당시 옥구 사람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향토사학자들이 지역을 연구할 때 중요하게 다루는 것 중에 하나가 지역 어르신들의 구술이다.  지역 어르신들의 구술을 토대로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최치원의 비결 역시  당시 옥구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것이지 이중환의 창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언은 퇴조 300리 예언이다.

선유도에는  두 개의 바위산으로 된 망주봉이 있다.

망주봉에는 왕이 되실 분이 북쪽에서 선유도로 온다는 말에 선유도에 사는 젊은 부부가 나란히 서서 북쪽 방향을 바라보고 기다리다 지쳐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정읍의 망부석처럼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며 돌이 되었다는 전설은 사실 여러 개가 있으나  망주봉처럼 나라를 세울 임금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전설은 거의 없다.

이러한 망주봉 전설은 조선의 예언서인 정감록의 퇴조 300리 뿌리를 두고 있다.

정감록에는 고군산이 범씨 천년 도읍이 되는 때는 군산에서 바닷물이 300리 밖으로 물러난 후이다 고 기록돼 있다.

즉 고군산군도 바닷물이 300리 밖으로 물러나면 범씨가의 나라가 세워지며 천년동안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실제 고군산 군도 바닷물이 300리 밖으로 물러나 새만금이라는 큰 땅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예언은 강증산의 예언이다.

증산도 도전에는 세상이 뒤 바뀌는 질병이 생기는데 군산(도전에는 군창으로 표기됨)에서 발생하며, 군산이 천하의 큰 곳간이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군산에서 세상을 흔드는 큰 일이 생기고,  군산이 세상을 구한다는 것이다.

최치원의 비결, 퇴조 300리, 강증산의 예언의 공통점은 군산(새만금 지역 포함)이라는 땅이 기존 사회 질서를 바꾸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언들이 맞나 그르나, 과학적이냐 비과학적이냐를 따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회 질서가 생긴다는 예언들이 왜 하필 군산에서 집중되어 있는가 ? 이다.

그것은 아마도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 지역 사람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예언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말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이다.

호남이 없다면 나라가 없다는 이 말은 조선시대 유득공이 지은 이충무공전서에 기록된 것으로

이순신 장군이 1593년 7월 16일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말이다.

이순신 장군이 말한 호남은 군산이라는 것이 지역의 역사학자들의 견해이다.

7년 동안 왜군과 싸우고 있던 이순신 장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군량확보이다.

군사들이 배 골지 않고 싸울 수 있게 안정적으로 쌀을 공급한 지역이 다름 아닌 새만금 지역인 김제평야와 옥구평야인 것이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 수탈의 상징인 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구한 쌀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글을 마치려 한다.

군산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쓴 본 기사의 결론은 ‘한번 이야기 해 보자’는 것이다.

군산시와 시의회는 물론 다수 시민들은 군산 축제에 대해 많은 논의를 물밑에서 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의 핵심은 군산의 대표축제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축제를 만들자고 하면서, 새로운 축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문화원형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다.

집을 짓는데 구상은 그럴듯한데 정작 집 지을 설계도가 없는 꼴이다.

설계도 없이 집을 지을 수 없듯이 축제를 기획하는데 원형에 대해 논의가 없다 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군산은 새만금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 했다.

새만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축제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즉흥적인 아이디어나 천재적인 발상보다  군산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