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시립도서관은 길을 주제로 한 ‘길과 삶의 공간을 찾아서’라는 행사를 가졌다.
길과 삶의 공간을 찾아서는 군산시립도서관이 국립중앙도서관과 교보문고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 주관한 '2011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응모해 선정된 사업이다.
군산 원도심의 길을 주제로 한 이 행사에 군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역사논술 수강생과 시립도서관이 운영하는 학부모를 위한 역사문화교실 회원 30여명이 참여 했다.
이들은 구 조선은행에서 빈해원 앞 동령고개, 히로쓰 가옥, 중앙로, 흥천사로 이어지는 길을 탐방했다.
이 길은 일제 수탈과 해방이후 군산의 성장과 좌절 그리고 현재까지 군산 사람들의 애환을 모두 품고 있다.
구 시청 사거리 길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촌과 조선인촌을 구분하는 길이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구 시청은 천대전 거리라고 해서 일본인들의 거주지다.
그 반대편은 조선 사람들이 거주하는 조선인촌이다.
우리가 늘 다니는 장미동의 전북은행 앞도로는 탁류에서 나오는 동령고개이다.
장미동과 동령고개는 쌀로 상징되는 길이다.
장미(藏米)란 이름은 쌀 창고가 있었던 곳을 말하며, 동령고개는 조선인촌에 있었던 고갯길이다.
동령고개는 탁류의 주인공인 정주사가 마두장에서 돈을 다 털리고 막걸리 한잔 마시고 신세타령하면서 터덜터덜 걸어가던 길이다.
정주사 뿐만 아니라 당시 군산사람들 대다수가 내려다보이는 화려한 일본인 길인 천대전을 바라보면서 걸어갔던 길이다.
월명산 아랫자락에 있는 히로쓰 가옥 골목길을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골목길이다.
타짜에서 주인공인 고니가 화투를 배우기 위해 고분 분투하던 길이고, 장군의 아들 김두환이 일본인을 때려눕히고 도망가던 길이기도 하다.
실비 오는 날 히로쓰 가옥 골목길을 걸어가다 보면 상념이 우수수 쏟아지는 길이기도 하다.
군산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군산의 최대 문화자산은 ‘길‘이라고 말한다.
원도심 길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군산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정현 강사는 “길은 한 번 생기면 가장 변하지 않는 문화원형이다”고 지적하고 군산의 문화원형을 찾기 위해서라도 길에 대한 인문학이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김강옥 군산시립도서관장은 “길 위의 인문학은 근대문화도시 사업 내용을 챙겨주는 사업이다”며 “내년부터는 시 자체 예산을 확보해 더욱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길영 기자 (leeglu@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