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리 아낙네 등 군산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쓴 군산출신 고은 선생의 역작인 시집 만인보가 조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26일 군산대학교 황룡문화홀에서 ‘만인보 문학작품 조각공원 조성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는 군산시가 주최하고 군산대 현대미술연구소가 주관했다.
군산시는 내년 개관 예정인 군산예술의 전당 공원에 만인보 조각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정상급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만인보 조각공원 조성방안을 찾기 위한 자리다.
이 날 주제를 발표한 권영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4001편의 시가 쓰여진 만인보를 연작성, 서술성,역사성으로 설명을 했다.
만인보는 다양한 인물의 삶을 통해 한국인의 삶과 역사를 다양한 어조로 그래낸 작품이다는 것,
특히 만인보는 한국 역사의 흐름을 주도한 민중의 삶과 민중의 요구를 표현함으로서 한국의 역사와 오늘의 현실을 한 공간에서 공존하게 한 작품이다 고 덧붙였다.
만인보 조각공원은 만인보가 가지고 있는 한국의 역사와 그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 온 민중의 삶을 그려내야 할 것이다 고 권영민 교수는 강조 했다.
권 교수는 조각공원은 입구에서 출구까지 스토리 라인을 구성해 관람객들이 조각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만인보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배치가 필요하다 고 강조 했다.
또한 권 교수는 조각공원에 만인보 시를 낭독하고 감상할 수 있는 체험무대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 했다.
정관모 성신여대 명예 교수는 만인보를 주제로 한 조각공원은 타 지역의 일반적인 조각공원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 높은 조형물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각공원에 설치될 작품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 했다.
일반적으로 지역에서 조성하는 조각공원은 작가 선정할 때 작품 수준보다는 인맥, 지연, 학연 등을 고려해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것은 작가 선정 논란을 줄이는 방편이 될 수는 있으나 작품 수준을 도외시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저급한 예술문화만 향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 했다.
수준 있는 작가들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지역, 학연, 인맥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 교수는 군산예술의 전당에 조성될 조각공원은 일반적인 조각공원과는 다르게 특정인의 문학세계를 주제로 한 공원이기 때문에 주제가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를 통일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정 교수는 조각가 1명에게 작품 전체를 의뢰하는 방안과 조각가 3명에게 기념비, 부분 조각, 초상 조각을 나누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군산대 남기혁 교수는 “만인보 조각공원은 지역의 특수성과 한국의 보편성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군산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은 곧 한국의 보편성과 연결되며, 만인보 조각공원을 통해 군산의 시대정신을 찾아야 한다는 것.
특히 남 교수는 시가 추진하는 조각공원 조성 사업이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족적인 이벤트로 귀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고 강조 했다.
김영원 홍익대 미술대학장은 조각 공원 조성시 밟아야 하는 마스터플랜, 스토리텔링, 예술성, 기능성, 환경성에 대한 방안을 피력했다.
김영원 교수는 조각공원은 문학적 내용을 분석하되 스토리텔링에 의한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강용면 조각가는 만인보 조각공원의 주제 설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외 비겔란 조각공원, 독일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를 설명했다.
강 조각가는 작가 선정 방법에 대해 주제별로 3명의 작가를 추천받아, 이들 작가들의 제안서를 받는 방법, 주제별로 일정한 자격기준을 두고 공모하는 방안, 국제공모 방안을 제안했다.
박계성 군산대 예술대학장은 조각공원 조성시 인물의 초상조각에 대한 설명과 벽화제작 방안의 제언했다.
박교수는 만인보에 등장하는 인물중 생존하고 있는 인물도 있는데 , 생존인물을 조각상으로 만드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군산시는 세미나에서 논의된 방안을 토대로 오는 8월 제안공모를 거쳐 내년 12월까지 군산예술의전당에 만인보 조각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길영 기자 (leeglu@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