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보았던 모습보다 한결 풍성해지고 생기있는 느낌이다.

이영춘 가옥을 지나 마을의 역사가 담겨있는 야외갤러리를 따라서 마을로 들어서면 ‘서개정 마을 헌장’이 새겨진 머릿돌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아름답고 특색있는 마을로 가꾸고자 하는 주민들의 다짐을 담은 헌장에서 이영춘 마을을 만들기까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서개정 이영춘 마을’은 지난해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못을 중심으로 빙 둘러져있는 길을 걷다보면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감 있는 풍경으로 즐비하다.

연꽃이 가득한 개정제, 마을사람들이 함께 포장한 마을길, 정자, 벤치, 소원 솟대, 우물 등 마을 요소요소에 주민들과 예술전문가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녹아있다.

결코 요란하지 않지만 특별한 이유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마을의 이야기가 담긴 벽화.

이영춘 박사의 발자취와 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10여 점의 벽화는 설치미술가 고보연 작가를 필두로 한 미술 전문가들과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작업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이영춘 박사의 호를 따 ‘쌍천만남길’이라 이름붙여진 벽에는 마을로 왕진나서는 박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마을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담긴 그림을 숨박꼭질 하듯 찾아보며 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이영춘 마을의 벽화를 총괄 제작,기획한 고보연 작가는 “마을의 특색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벽화나 조경 뿐 아니라 세밀한 부분을 좀더 보완하여 도시인들이 가족단위로 찾아 조용히 즐기다 가는 쉼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고 작가는 작은 정자를 이용해 마을사람들이 만든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만들고 비어있는 건물에 마을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며 이영춘 마을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다.

이영춘 마을이 평범한 듯 보이지만 평화롭고 특색이 살아있는 마을로 유지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손길과 함께하는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지속적인 관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