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교 조동종의 일제에 협력한 것을 사죄하는 참사비 제막식이 16일 동국사에서 열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일본 조동종내 동지회(동국사를 지지하는 모임) 회장 이치노헤 쇼고 스님과 일본 조동종 관계자 그리고 한국 조계종 스님 문동신 시장 등 신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비가 오는 중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문동신 시장 등 참석자들은 자리를 이석하지 않고 끝까지 행사에 참석 했다.

특히  최근 독도 문제로 인해 한일관계가 긴장관계에 돌입한 때에 열린 것이라서 많은 취재진들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치노헤 쇼고 스님은 참회사에서 “일본 불교계는 근대화를 추진하는 일본 국가권력에 협력하여 전쟁에 가담했으며,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동아시아에 남겼다”며 사죄하고 용서를 빌었다.

이치노헤 스님은 “지금까지 한일 불교는 많은 교류가 있었지만 불자로서 참회가 없었기 때문에 경박하고 표면적인 우호적 활동에 그쳤다”며 오늘 제막된 참사비가 일본 불교의 양심으로 받아들여 주시길 마음속 깊이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불교는 모든 계율을 마음에 품고 자비를 실천하는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참회만큼 어려운 것 또한 없다”며 일본 패전후 68년이 지났지만 일본 불교계는 스스로 전쟁 참여를 참회할 용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치노헤 쇼고 스님

종걸 주지스님은 “일본 조중동의 이번 참사비 제막은 일본 불교의 양심을 표현한 것이며, 이러한 일을 주도해 주신 이치노헤 스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종걸스님은 “이치노헤 스님은 일본에서 사비로 모은 동국사 관련 많은 유물을 군산시에 기증한 바 있다”고 소개하고 이치노헤 스님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동신 시장은 인사말에서 “동국사는 우리 군산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면서도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며 오늘 참사비 제막은 이치노헤 스님 등 일본 불교의 양심을 보는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비석 크기는 가로 3m 높이 2.3m로 일어 원문과 한글 번역문을 병기하였으며 원래 장문이었던 참사문을 발췌해 음각 했다. 석재는 최고급 국내산 황등석으로 제작됐다.

주요 내용은  해외포교라는 미명 하에 일제가 자행한 야욕에 영합해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인권 침해와 문화멸시, 일본 문화 강요, 존엄성 훼손 등은 불교적 교의에 어긋나는 참으로 부끄러운 행위로 이를 진심으로 사죄하고 참회한다.

특히 명성황후 시해 폭거, 창씨개명으로 국가와 민족을 말살해 버렸는데 조동종은 그 첨병이었다. 민중에 대한 선무공작을 담당했으며 자진해서 첩보 활동을 행한 승려조차 있었다.

불법을 세속법에 예속시키고 타민족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침탈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우리는 맹세한다. 두 번 다시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비석은 조동종 승려가 회장으로 있는 '동지회(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가 주관해 건립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국사는 1909년 조동종 스님이 창건한 국내유일의 일본식 사찰로 해방후 동국사로 개명했으며 고은 시인의 출가 사찰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