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한수가 왜 죽었지

창작 오페라 만인보 ‘봄꿈’ 공연

오는 16, 17일 시민문화회관

김세린 기자 / 2012-11-13 15:41:45

지난해 공연한 만인보 '바다파도'

공부 잘하는 한수는 리어카에 실려 왔다.

한수아버지는 리어카만 바라보고 우두커니 서 있다.

3·15 부정 선거를 보여주는 창작 오페라 만인보 '봄꿈편의 한 장면이다.

6편 만인보 창작오페라 주제는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네 선조들이 삶이다.

1960년대의 3.15부정선거와 4.19 민주화혁명을 중심으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의 감옥생활, 순박한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희생자들의 숨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신정권 체제 속에서 진실로 자유를 갈망했던 젊은이들을 만나 시대의 시린 바람을 경험한다.

멀지 않은 과거 1980년대 전시관에서 아이들은 파릇한 봄을 기대하지만 무시무시한 광주계엄군의 위협, 쓸쓸히 사라져간 꽃잎같은 무고한 생명들 앞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전북 중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배우 최균씨의 구수한 입담으로 시작되는 만인보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파라노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군산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은 정신이 없다. 평생 한번도 보지도 못한 물건들,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들 그리고 찢어진 태극기를 본다.

아이들을 안내하는 문화해설사는 박물관은 찾은 아이들에게 3·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군산반란, 유신체제 그리고 서울의 봄과 을 이야기 한다.

문화해설사는 아이들에게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는 ‘감옥’이다 라고 말한다.

감옥! 아이들은 감옥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감옥은 나쁜짓 한 사람들이 가는 곳인데...
우리 할아버지는 나쁜 짓을 안했는데 왜 감옥에 갔지?

봄꿈은 아이들에게 힘들었던 과거를 수채화처럼 보여주기만 한다.

공부 잘하는 한수가 피투성이가 되어 말없이 리어카에 실려 있고 태극기는 찢어져 있다.

북한군을 지켜야 될 군인들이 오빠와 누나 그리고 아저씨 아줌마를 때리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

아이들은 태극기와 죽은 한수를 바라본다. 해설자는 ‘감옥이다 감옥이 너무 작다’고 소리친다.

아이들은 찢어진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무섭다고 소리친다.

아이들은 울면서 등대지기를 합창으로 부른다. 등대지기를 부르면서 오빠 누나가 왜 감옥에 갔는가?를 말한다.

해설자는 말한다. 오빠 누나는 어두운 시대에 살았던 등대지기 였다고 ...

조시민 전북오페라 단장은 “고은 선생의 만인보는 영웅이 주인공이 아니다”고 말한다.

권력자 밑에서 숨죽이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이 만인보의 주인공이라는 것. 그래서 창작 오페라 만인보는 주인공이 없다. 100여명의 출연자 모두가 주인공이다.

창착 오페라 만인보는 한국 최초로 국악과 대중음악(트롯,재즈,포크 등)을 도입해 오페라가 어렵다는 인식을 깨뜨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봄꿈에서도 1960~70년대 유행했던 유정천리 등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트롯 등 대중음악이 등장한다.

만인보가 영웅이 주인공이 아니듯이 창작 오페라에서 공연되는 음악 역시 대중들이 사랑한 우리들의 음악이 등장한다.

한편 만인보 창작 오페라 봄꿈은 총감독 조시민 전북오페라단장, 작곡·지휘는 허걸재, 대본·연출은 허걸재씨가 각각 맡았다.

출연진은 최균. 이우진, 신현민, 정수희,김원준,신아람과 전주교대 부설초교합창단 등 100여명이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16일과 17일 오후 7시 30분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김세린 기자 (violetri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