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꽃 씨앗학교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옥구중군산남고

이항근 교장

부임 후, 오늘은 어떤 일이 생길까 들뜬 기분이 아니라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듯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을 보고 이 교장은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

가방 들고 들어가며 부끄럽지 않을, 남들이 뭐라 해도 난 이 학교에 가는 게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봐야 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상처를 많이 간직한 아이들은 일탈적 차림새나 위학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곤 했다.

때로는 자학하는 것으로 인정받길 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처벌이나 위협도 통하지 않았다.

교사들도 너무 지쳐 있었다. 해결 방법을 찾는 시간은 언젠가부터 멈춰져 있었다.

분명히 변화가 필요했다. 변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그 안에서 무언가 자신만의 역할을 부여해주고 싶었다.

태어날 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박수를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박수를 힘껏 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알아보던 중 ‘예술꽃씨앗학교’를 찾게 되었다.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통해 딱딱해진 가슴을 풀어헤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가슴으로 체득한 것은 머리로 배운 것과 절대로 비교할 수 없을 터이다. 

비관적이던 일부 교사들과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며 뜻을 전했다.

교사들도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어했다.

편한 것이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닐 터인데 학생들을 이끌고 간다는 게 너무 힘들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복보다는 학생들을 틀 안에 가두는 편리를 추구하게 되었던 것이다.

정말 다 같이 행복해지자고 뜻을 모았다.

매개체로 삼은 것은 뮤지컬이었다. 뮤지컬은 종합예술로 음악, 미술, 시나리오, 연출, 기획 등 많은 장르가 버무려져 있다.

아이들에게 국영수로 성공하지 않아도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줘야 했다.

춤이나 노래 등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

일찍이 포기를 경험하며 성취의욕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의 기회를 주는 것이 시급했다.

성적 때문에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아이들에게 똑같은 것을 계속 강요하는 대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성취동기를 맛보게 해 보는 것이다.

과연 이런 시도가 통과될 수 있을까? 옥구중·군산남고 교직원들 모두 가슴을 졸였고 1월 말 선정됐다는 낭보를 접했다.

문화예술거점학교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비로 1년에 8천만원씩 3년간 지원된다는 소식도 함께 말이다.  

일단 선정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감지됐다. 아이들은 “우리 학교가 조금 달라진대”라는 정도이긴 하지만 뭔가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약간의 기대감이 같은 것 말이다. 올해 학생회를 맡게 된 아이들이 교장실을 찾아 “열심히 해보겠다”며 의욕을 비추기도 했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

주당 1시간씩 뮤지컬을 맛보고 배울 수 있도록 특기 수업이 아닌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할 계획이다.

방과 후에도 발성이나 음향, 무대장치, 시나리오 등 다양한 종목을 선택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한다.

아예 진로로 택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동아리 결성을 지원해 저녁 시간에 교실을 개방한다.

물론 한꺼번에 모든 것이 해결되고 이뤄지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뮤지컬이나 연극을 통해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료하는 쪽에 주안점을 두고 내년쯤 공연을 올려볼 계획이다.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뮤지컬 공연도 예상해본다.

차근차근 해 볼 것이다.

아이들은 감수성을 짓누르면 언젠가는 폭발한다는 것을 오랜 교직 경험을 통해 익혀왔다.

성장보다는 성장을 위해,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큰 박수를 쳐 줄 그 날을 위해 한걸음 힘차게 내딛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