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동네의 카페 공간(왼쪽), 작은도서관, 갤러리 공간
미리내 운동을 아십니까?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에게 하는 기부가 아니라 내가 아는 지인이나 이웃에게 하는 생활 속 기부, 상상이 가십니까?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그 누군가를 위해 미리 돈을 내주거나 거스름돈을 기부하는 것이랍니다.
생소하시죠? 전국에 미리내 운동을 하는 상점은 60여 곳. 전북에서는 뒤늦게, 하지만 반갑게도 군산에서 오픈을 했답니다.
바로 상지곡1길 6(지곡초등학교 후문 근처)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 ‘착한동네’. 샛노란 건물 외관이 어린이집을 연상시키나봅니다.
오죽하면 가게 앞에 “어린이집이 아닙니다. 마음껏 들어오세요”라는 문구가 써 있을까요.
어린이집으로 착각할만큼 예쁜 목조건물 '착한동네'
예쁜 목조건물이네요. 카페와 작은도서관, 갤러리가 한 공간에 들어서 있습니다.
주인장 박훈서, 정영미 님이 직접 착한 목수들을 초빙해 5개월 간 상의하고 수정해가면서 설계했답니다.
자재도 직접 사고 친환경페인트 칠하면서 착한 건축물이 되도록 신경 썼다지요. 마을의 예쁜 풍경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마을이요? 정감 있고 포근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낯설어진 단어입니다.
박훈서 주인장은 많은 군산 사람들이 군산을 떠나야 성공하는 걸로 생각하는 등 자부심이 낮아 놀랐고 이런 생각을 변화시켜 보고 싶었답니다.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자긍심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떠나가는 동네가 아니라 찾아오는 동네를 만들고 싶었고 그 매개체로 생각해 낸 것은 ‘나눔’, 그리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미리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오픈 3개월,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아이들이 찾기도 합니다. 가끔은 아이들이 쿠폰을 내고 어른들이 이용하기도 한다죠. 한 아이는 미리내 쿠폰에 짝사랑하는 여자 아이의 이름을 적어 고백하기도 했다네요.
특별한 추억을 갖게 된 아이들, 동네에 애정이 생기지 않을까요?
사연 있는 쿠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니 한 번 이용해볼까 솔깃하지 않으십니까?
미리내 쿠폰으로 독거노인을 위한 효도세탁 비용을 기부하는 아이들
거스름돈 등으로 모인 기부금은 독거노인을 위한 효도세탁 비용으로도 쓰인답니다. 생존을 위한 지원은 기관에서 하지만 세탁 등 생활 컨텐츠는 민간 차원에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지요.
세탁도 해드리고 전등, 난방도 봐 드립니다. 세탁소 등 착한 가게들 섭외해 착한 동네 네트워크까지 구성되네요.
상대적 박탈감이나 떠나가는 발길을 생활 속 기부와 문화 공간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착한 동네’의 바람은 지곡동에서 군산 곳곳으로 퍼져갈 수 있을까요?
군산에 가면 이성당이나 복성루 말고도 착한 동네가 있다더라라는 흐뭇한 상상은 희망일 뿐일까요?
일단 발걸음을 돌려 ‘착한 동네’를 한 번 방문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내 안에 숨겨져 있던 기부에의 본능이 봄기운처럼 살랑살랑 깨어날테니까요.
박훈서 주인장과 미리내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의 모습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