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탄식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누군가가 우리에게 평온과 안정된 마음으로 순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었다.

지난 7일 (사)한국무용협회 군산지부가 군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펼친 ‘벽사! 한국 춤 백년화’는 마침 시민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공연이었다.

징 소리가 시작을 알리며 고깔 쓴 여승들이 '승무'를 췄다. 느린 가락 속에 절제된 고품격의 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흡을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관객들은 어느새 여승들의 춤 사위에 매료돼 하나가 되어 있었다.

또 빗소리에 전통우산을 들고 꿈 속을 거니는 듯한 춤‘몽유’와 선비들의 기품과 품격을 나타내는 역동적인 춤사위의 ‘선비춤’, 화려함 속에 부드러움이 돋보였던 ‘검무’ 등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김정숙 군산무용협회 지부장의 ‘태평무’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 정재만 교수의 ‘광대무’는 기립박수가 나올 만큼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태평무’는 화려한 의상 사이사이 다양한 발 디딤새와 우아한 손놀림 등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태평성대를 바라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광대무’는 풍성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신명을 돋았다가 애절함으로 혼도 달랬다가 흥겨우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꽉찬 무대였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악기로 연주되는 생생한 음악과 함께 해 더욱 의미있는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