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를 연도식으로 나열해놓거나 작품을 전시하는데 그치기 보다는 차별화된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한 채만식문학관
내흥동 금강 강변로에 위치한 채만식문학관이 변화의 조류 앞에 서게 되었다.
당초 군산시 문화예술과 채만식문학관팀으로 조직이 구성되었다가 최근 박물관관리과로 이관되면서, 함께 이관된 금강철새조망대·군산3.1운동100주년기념관과 함께 관광시설로서의 비중이 커지게 되었다.
특히 박물관관리과는 박물관 벨트화 지역 내 시설과 함께 투어를 할 수 있는 금강권 전시장 투어권을 계획하면서 채만식문학관만 개별관람할 경우 관람료 500원을 받겠다고 밝혔다.
국고 지원 없이 지방비 16억 원만으로 건립된 채만식문학관은 그동안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통합권으로 티켓을 발매하는 등 유료화를 실시하게 되면서 채만식문학관은 관람객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앞에 두게 되었다.
2001년 개관한 이후로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시설물도 내부의 콘텐츠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문학관을 방문해도 채만식의 작품 속 글 한 줄도 제대로 읽기 힘들다.
사실 그동안 채만식문학관은 날카로운 풍자와 부조리한 사회상을 냉정하게 그려내며 우수한 작품을 남긴 백릉 채만식에 대한 발자취를 찾기 위해 대학의 국어국문과 학생, 전국의 문학단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채만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문학기행 등 일정한 목적을 갖고 문학관을 방문하는 것과 일반 관람객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채만식의 생애를 연보식으로 나열하고 작품을 유리전시관 속에 전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작품 속 채만식 문학만이 가진 가치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보강해야 한다.
채만식의 친일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다크 투어리즘( 전쟁이나 학살처럼 비극적인 역사 현장이나 대규모 재난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이라는 여행 유형까지 등장하는 시대다. 감추고 변명하기 급급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하며 관람자들 개개인이 판단하고 친일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쳐 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스쳐 지나가는 전시관이 아닌 문학과 사회의 맥락을 찾아볼 수 있는 차별화되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보강한다면 통합권이 한층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역 한 문인은 “채만식 문학관의 시설을 보강한다고 문학관 앞에 근대역사박물관과 똑같이 인력거를 가져다 놓고 윷놀이와 투호놀이장을 만든 것을 보고 기염할 수 밖에 없었다”며 “채만식 문학관은 백릉 채만식과 문학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해설을 맡거나 관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