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군산의 한 문화단체가 유명 대중가수들의 콘서트를 추진 관객까지 모집했다가 취소하는 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유명 가수들의 대규모 콘서트를 지역에 유치해 시민들의 문화 향유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문제는 유료로 진행되는 이 수익사업에 군산시가 4000만 원이라는 시비를 지원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본예산에 반영된 것도 아닌 추경에, 그것도 문화예술 관련 예산으로는 무척이나 큰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예산은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되어 반영되지 않았지만 최근 각종 예산 삭감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지역예술단체들에게는 불공정한 처사라는 인상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사태였다.

오늘날 문화는 중앙집권적이기보다는 지역문화와 생활문화로 재편되고 있다. 그야말로 문화 자치의 시대이다.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는 중앙 중심의 문화적 획일성을 탈피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 문화진흥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지자체의 행정·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이 담겼다.

군산시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5년째인 현재 얼마나 지역문화 진흥에 노력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지역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지역예술인들의 창작 기회를 제공하며 이들의 복지에 더 힘을 써야할 군산시가 유명 트롯 가수들의 일회성 공연에 수천만 원의 혈세를 투입하려했다는 발상에서 군산시가 문화예술 분야를 대하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군산시는 군산예술의전당에서 ‘전국TOP10 가요쇼’라는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있다. 총 6회에 걸쳐 인기 트로트가수와 신인가수들이 군산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하는데 제작 홍보비로 1억 8000만 원이 소요된다.

한 예술인은 “시가 직접 주관해서 그것도 수많은 예산을 투입해 이렇게 지역에 가치를 거의 창출하지 않는 단발성 행사를 계속 하는 것을 보며 참 한심스럽게 여겨졌다”며 “시민들을 위안한다지만 내용을 보면 신인 트롯트가수들 홍보의 장 밖에 되지 않더라”고 일갈했다.

이어 "특히 군산시에서 예술인 지원이나 행사 지원 시 예산 투입 대비 효과를 말하곤 하는데 과연 이 행사가 예산 투입 대비 효과가 얼마나 났는지 모르겠고 민간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도 군산시 본예산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259억3269만 원으로 시 전체 예산의 2.29%에 그쳤다.

이 중 지역문화예술활동 활성화 지원사업은 82억6643만 원이며 이 예산 대부분이 군산시립예술단 운영 활성화 예산에 61억6058만 원이 소요된다. 겨우 21억 원만이 지역문화예술활동에 지원될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 예산은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을까?

군산시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에 따라 지역실정에 맞는 문화발전시행계획을 5년 마다 수립하고 시행·평가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없이 매해 주먹구구식으로 지역 문화예술 관련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정확한 사업 평가와 정체성 없이 사업들이 진행되다보니 지역 문화예술계 또한 타성에 젖어 들어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문화예술 자원 현황 조사, 실시됐던 문화예술 시책 분석 , 지역특화사업 발굴, 기존 시설 활성화 방안 등을 아우르는 문화발전시행계획을 세워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지역문화예술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 문화예술이 지역성을 갖추고 독자적인 영역을 갖추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시가 전문예술인들은 전문예술인대로 창작활동과 복지체계를 마련하고 일상예술은 일상예술대로 즐기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을 열어주면 된다.

지역 곳곳에 위치한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예술단체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장미공연장의 경우 한때 전국에 그 이름을 날렸다가 현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지역의 극단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도록 하면 된다.

또한 군산시가 지역경제도 살리고 시민들의 문화욕구도 해소하기 위해 특색사업으로 동네문화카페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총 3기에 걸쳐 수많은 강좌가 열리고 수강생이 배출되고 있지만 사업이 여기에서 그치고 발표회 한 번 하는 것 보다는 이 강좌를 통해 또 다른 재능기부가 일어나고 문화관련 산업들로 연계될 수 있는 기반까지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 지역 문화예술단체나 예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에 대한 요구도 크다. 수년 동안 여러 지원들이 이뤄졌지만 문화예술인들 역시 장기적인 안목 없이 매년 해오던 그대로 답습하며 당장의 예산 확보에 급급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원로 예술가는 “시와 문화예술인들 서로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잘못된 점은 시정하고 잘된 점은 발전시켜나가야 하는데 전혀 무관심하다”며 “오랫동안 이어진 불신의 벽이 큰 것 같아 너무 아쉽고 뭔가 계기를 만들어 문화자립도 이뤄내고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