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배운 여자다 
                        
                        박양례(77세)

‘수업 끝내고 집에 가는데
우리 군산에 있는
자동차 공장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서명을 하라고 해서
자신 있게 이름과 주소를
쓰고 돌아서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제 나도 배운 여자다’

군산시 문해교육 기관 늘푸른학교가 학생들의 글과 그림 각 90편을 모아 <할매, 시작(詩作)하다>라는 시화집을 발간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군산 늘푸른학교에서 늦깎이 배움의 열정을 태우고 계시는 할머님들과 발간한 시집(왼쪽)

시집에는 글을 배우기 전에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가족이나 이웃에게 전하는 사랑, 배우지 못해 당했던 서러움과 아픔들, 글을 배우면서 느낀 즐거움과 보람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80세의 유○○ 학생은 “내 나이 여덟 살 가방 멘 친구/ 학교 가는 모습만 바라보던 시절/ 내 나이 열한 살 보리쌀 한 말을/ 머리가 지탱하지 못하고 내려놓던 시절/ 내 나이 스물둘 머리에 족두리 쓰고/ 무엇이 좋은 지도 모르고 시집을 가야만 했던 시절/ 배고파도 가방 메고/ 학교 가는 친구를 보면서도/ 몸이 약해 보리쌀을 못 들어도/ 족두리 쓰고 시집을 갔어도/ 항상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뿐((생략)/”라고 지난 시절을 풀어냈다.

또한 71세의 박○○ 학생은 “(생략)난 지금 칠순의 나이에 꿈을 꾼다/ 평생 소망이었던 나만의 자서전을/ 내가 직접 쓰기 위해 어두워진 두 눈 비벼가며…”라고, 92세의 한○○ 학생은 “서산에 지는 해는 잡을 수 없지만/ 오늘도 공부하며 내 인생을 찾는다”라고 적었다.

73세의 홍○○ 학생은 “일흔 넘어 시작한 공부/ 힘들고 힘들어서/ 높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날마다 헉헉댔는데/ 어느 날부터 길거리에 있는 간판 글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에 오가는 길에/피어있는 글자꽃들이 예뻐서/ 내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라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느리지만 끝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며 100세 시대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어르신들의 궤적을 따라 한편 두편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들 가슴 속에도 꿈과 용기가 불끈 솟아나지 않을까?

늘푸른학교 관계자는 “젊은 시절 까막눈으로 살아오신 인생이 시 한 편에 다 담길 수는 없겠지만 글을 배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 학습자들을 보면 문해교육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배움에는 때가 없다고 하듯이 문해교육이야말로 그 말을 진정성 있게 표현해주는 말이 아닐까?

한편, 군산시늘푸른학교는 지난 2008년‘비문해 제로(Zero) 학습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해 현재 군산시 직영 체제로 42개소 읍면동에서 56개 과정의 문해학습장에 30명의 문해교육사가 문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한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수학, 영어, 미술 등 다양한 수업과 함께 문해한마당 등 체험학습프로그램 등을 진행함으로써 글을 몰라 답답했던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윤택한 삶을 위한 문해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문해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은 군산시청 교육지원과(063-454-2606)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