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절은 1946년 11월2일 옥구공립국민학교가 발행한 一金 四百圓 납입고지서에 적힌 교장의 당부말씀이다.
일제시대인 단기4278년(1945년) 옥구공립국민학교에 입학해 그해 8월 해방을 맞고 1949년 졸업한 이선옥 어르신(81)이 재학 당시 학교에서 받았던 수업증서와 통지표, 납입고지서, 상장, 졸업장, 통신표, 부급장 임명장 등 20여 점을 12일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 기증해 시선을 모았다.
어르신이 공개한 문서는 당시 1학년이던 1945년 3월 31일 발행된 수업증서, 8월31일에 발행된 수업증서뿐 아니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학비)납입고지서·통지서, 후수회비납부통지 및 영주증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통신표에는 과목으로 국어(읽기, 말하기, 듣기, 짓기, 쓰기), 사회생활, 이과, 산수, 보건, 음악, 미술(도희, 공작, 습자), 기타(가사, 재봉) 등이 게재되어 있고, 키, 몸무기, 가슴두리, 안즌키, 척수, 보는 힘, 듣는 힘, 벌레 이 등의 항목을 적는 신체건강표가 함께 표기되어 있어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어르신은 “일제 시대 때는 학교 입학할 때도 귀가 잘 들리는지 신체 멀쩡한지 다 검사하고 들어갔어요. 떨어지는 사람도 많았지. 책도 없어서 제비뽑기해서 책 나눠 갖고 못 탄 사람은 다 베껴 쓰고…”라고 회상했다.
학구열이 높았던 부모님 덕에 5남매 중 맏이였던 어르신은 학교에 입학했다. 공부도 꽤 잘했던 학생이었던지 고이 간직해 온 성적표에는 전교 등수가 꽤 높게 기록돼 있다.
“결혼 하고 이사를 많이 다녔는데도 꼼꼼한 성격 덕분인 지 잘 갖고 있었지. 어릴 때는 (학비를)냈는데 또 내라고 할까봐 겁나서 그랬는지, 우리 엄마는 일하느라 바빠서 이런 거 챙겨주실 시간도 없었어. 예전에는 자랑하느라 다 상장들을 벽에 풀 발라 붙여놓았다가 이사하거나 도배할 때 다 찢어져 버리고 그랬는데 나는 그런 것도 싫어서 잘 모아두었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초등학교 때에도 학교가 끝나면 혼자서 동산에 앉아 그림을 그리곤 했던 어르신, 독학으로 그림을 익혀 오늘날 화가가 되어 옛 시절을 떠올리니 아련하다.
그렇게 기증 문서 하나하나에 얽힌 추억과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교과서나 책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근대 시기 우리 이웃 어른들의 살아온 역사 한 장면 한 장면이 생생하다.
아들이 근대역사박물관에 기증하자고 했을 때 “별 것도 아닌데 이런 것을 기증해도 되나 싶었다”는 어르신은 “이것을 보고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그때 기억을 떠올리고 우리 후손들이 그 시대를 조금이나마 실체로 접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기증 의사를 굳혔다”고 전했다.
12일 고이 간직해온 70여 년 전 상장, (학교)납입고지서, 통신표 등을 기증한 이선옥 어르신(가운데)과 아들 최근령씨(왼쪽), 지인 홍진웅 씨.
한편, 근대역사박물관에서는 어르신의 기증품을 연구·전시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