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품고 서해 아우르는 이 곳이 ‘동방의 제일이오 천하의 무쌍이로다’
“이 몸이 한가하여 산수에 병이 있어 명산을 편력함이 평생의 계획이라. 강원도 금강산이 산삼 중에 으뜸이라. 동방에서 제일이요 천하에 견줄 데 없다”
1739년 명촌 박순우가 금강산을 유람한 후 그 아름다움을 읊은 기행 가사 ‘금강별곡(金剛別曲)’의 한 대목이다.
현진 갤러리 내부, 개관전인 <금강별곡>전이 열리고 있다.
2021년 북쪽의 금강산 대신 비단 물결을 자랑하는 금강(錦江)을 끼고 넓은 서해바다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위치에 미술 갤러리가 새로 오픈해 화제다.
아무래도 수익 창출이 어렵다보니 지역 내 갤러리가 고사 직전이던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새로 문을 연 ‘현진 갤러리’는 금암동 금강변에 자리잡았다. ‘위치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갤러리 뒤로는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갤러리와 연결된 카페 ‘한가로이’에 앉아강을 바라보고 있자면 하루에 두 번씩 물이 빠지고 물이 들어오는데 그때그때 느낌이 다른 게 마냥 신기하다.
물이 빠지면 빠진 대로 물이 차면 찬 대로, 하늘도 마찬가지로 어느 때는 파랬다가 어느 때는 잔뜩 찌푸려 회색빛이고, 바다 위로 노을이 질 때는 온갖 오묘한 색의 조합이었다가 밤에는 검은데 달빛이 강물에 비치면 그 또한 예술이다.
자리를 알아보는 안목을 지닌 이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건설사업을 해 온 도익성 (주)우리 대표이다.
“피가 이상한가 봐요. 젊었을 때부터 서예와 그림이 좋았고, 관심을 갖게 되니까 좋은 작품이 제게 오더라고요.” 그렇게 작품을 수집해온 지 40여 년이 넘었다.
그동안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해 집에서 쌓여두면서 안타까움만 더해갔는데 최근 현재 위치를 재단장하면서 소장한 작품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갤러리를 개원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먼저 개관전으로 지역 화가들의 <錦江別曲>전을 연 후 심향 박승무, 월전 장우성,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은 물론 하반영, 소치 허련,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석전 이희순, 벽천 나상목, 창암 이삼만 등 소장작을 연중 교체 전시할 예정이다. 갤러리의 실질적인 운영은 미술을 전공한 자녀 도현진 대표가 맡게 된다.
현진 갤러리 앞, 파란 하늘과 바다가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도익성 대표는 갤러리 일원의 약 1만4000여 평의 공간을 품격 있는 문화관광복합공간으로 구상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갤러리를 조성하고 이쪽 분야에 관심을 쏟다보니 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문화예술관광 분야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먼저 오픈한 젊은 감각의 카페 ‘리투스’와 전통차 위주의 ‘한가로이’를 위시해 오른쪽 약 2000여 평의 공간에는 글램핑장을, 가운데 부분에는 조경과 설치미술을 접목한 문화 공간·다양한 체험공간, 왼쪽에는 사무실 등이 들어설 건물 등을 계획하고 있다. 아파트를 지으려다 좌절된 후 괜히 샀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운명이었구나’하는 생각에 차근차근 풀어나갈 생각이다.
“군산 시민들은 물론 군산을 찾는 많은 분들이 편안히 오고 가며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 아른다운 강과 바다와 함께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지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새로운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개관전인 <금강별곡>전은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며 1부는 5월14일까지, 2부는 5월 14일부터 6월 18일까지 열린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